헤어짐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확실하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이다.
아이 돌 쯤 이 회사에 입사해서 이제 그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간다.
그 동안 아이는 아침엔 내가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면 8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있다가
동네 주민 분을 하원 도우미로 구해 오후 4시반에 하원을 해왔다.
이제 머리가 큰 녀석이 '남'인 하원 이모님의 말을 듣지 않으면서
정말 중요한 훈육의 시간이 왔다는걸 알 수 있었다.
작은 회사지만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에게 이런 문제를 의논했고
하원을 내가 이제 직접 하기 위해 2시간 정도 업무 시간 조정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해 왔는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그 정도 조정이면 대표에게 2시간 재택근무로 요청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줬다.
나도, 재택근무를 한다면 팀원들이 느낄 나의 공백도 최소화 하면서 개인적인 아이 케어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표는 달랐다. 내가 그 동안 회사에 기여해온것과 달리, 아니 기여해 왔으니 특혜를 달라고 요청하는거냐며 물었다. 당신이라면 팀원이 그런 요청을 했을 때 들어줬겠냐고.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었다. 그의 아주 나쁜 대화 습관도 또다시 분출됐다. 바로 과거 들추기다. 다른 팀장 나갈 때 니가 어떻게 했냐는 둥, 화를 냈다는 둥.. 당시에는 세상 쿨하게 그리고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해놓고는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그런 것들을 상대방을 찌르는 말로 사용하는 습관.
여차저차 모든 것을 떠나서, 그 날 그 대화에서 나는 다시 상기했다. 한번 만 더 이런 대화가 발생하면 그 땐 그만두겠다고 다짐 했던 것을. 신뢰가 무너졌다. 그래서 퇴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렇게 힘들게 버텨 왔음에도 왜 하필 '지금' 퇴사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사실 회피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의 퇴사 요청은 바로 저 대회 이후에 나왔기 때문에 모를리가 없다.
치사해 지기 싫어서 재택근무 요청과 무관하다고 했으나, 적어도 퇴사를 요청했을 때 그가 한번은 한번은 물어봤어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퇴사하겠다고 말한 후 아쉬운 월급에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를 확인했고, 사실상 이것을 회사가 허락하지 않은 것을 걸고 넘어지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래봐야 좋을 게 없었다. 내 몸과 마음을 다쳐가면서 일해온 직장에서 그렇게 끝맺음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 자꾸만 선을 넘는다.
어제 모든 팀원들 앞에서 나의 퇴사를 말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많이 아팠다. 마음이 아파서 병원도 다니고 약도 먹었다. 이런 소리를 해댔다. 왜 개인의 상황을 자신이 그렇게 동정하듯이 말하는 것인지 화가 났다.
헤어짐에도 예의가 있고,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나는 그걸 무던히도 지키려고 나를 얼르고 달래는 중인데, 상대방은 그렇지 못하다.
언제까지 참아야할까.
좀 더 땅을 파자면..
난 왜 이럴 때 늘 이런 식의 회피만을 선택하는 것일까.
들이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