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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에 대한 철학 1.

외향형과 내향형 다시 생각해 보기

by 워너비

이제는 MBTI가 유행이라기에도 조금은 지나버린 때가 된 것 같다.

누군가가 요즘 아이들에게는 다시금 혈액형이 유행이라는 이야기도 하는 걸 보니 말이다.


혈액형이 되었든 MBTI가 되었든 우리가 이러한 인간 유형에 대한 분석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마치 대형마트에 공산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런 공산품들을 손쉽게 비교해 가며 소위 '합리적'인 쇼핑을 한느 것과 비슷하게 사람을 규격화해주고, 규격화된 유형의 사람들을 나와는 잘 맞아서 혹은 맞지 않아서 라는 이유로 다시 한번 합리적인 인간관계를 가능케 해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여기서 합리적이라 함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 어쩌면 물질까지도 아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이끌어내고 싶은 욕망과 부합하는 성질이라 할 수 있겠다.


청개구리 같이 남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항상 생각해 보고 바라보기라는 모토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에게 참 좋은 철학거리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한다는 건 <아가리 닥치고 배 깔고 엎드려 생각하기>라고 하오", 데미안 中


그래서 첫 번째로 철학해 보고자 하는 것은 외향형과 내향형에 관함이다.

대개 외향형과 내향형을 설명할 때, 에너지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 지를 유형화 하였다는 설명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지점이 생기는 듯하다.

극도로 내향형인 사람도 '친해진' 혹은 '익숙한' 사람들과는 그 누구보다 외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극도로 외향적인 사람도 반드시 모든 낯선 누군가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지만은 않듯이 말이다.


[아래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혀 드립니다.]

오늘 나는 외향형과 내향형 대신 적립형과 차감형이라는 표현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내 기준으로 외향형과 차감형, 내향형과 적립형이 부합하는 표현이지만 본인이 외향적인 편이기에 외향형을 앞으로, 그림도 그러하듯 대개 긍정적인 표현이 먼저 오기에 적립형을 앞으로 하여 표기할 예정이다.)

적립형은 어떤 누군가에 대해 0점의 호감도로 시작하는 유형을,

차감형은 그와는 달리 100점의 호감도로 시작하는 유형이라 할 수 있겠다.


적립형은 0점으로 시작하는 대신, 상대방을 더 알아가고 좋은 점들을 발견하게 되면 점차 호감도를 쌓아갈 것이다. 반면에 차감형은 100점으로 시작하지만, 상대방에게서 본인과 다르거나 혹은 싫어하는 지점을 포착하게 되면 점차 호감도를 깎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호감도의 차이는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쓸 수 있는 초기 마음 에너지양과도 비례할 것이다.

대개 내향적인 사람이 낯선 사람을 낯설어하고,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쉽게 다가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경향성은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점수를 쌓거나 깎이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그것이 회복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울 수 있는 점.


아마 숱한 연애 프로그램들 속에서나 여러 콘텐츠 속에서 소위 친밀도 혹은 호감도로 인지도 채 하지 못한 채 수치화되고 있는 지점들을 글로 정리를 해보았다.


다시 제목과 같이 합리성으로 돌아가보고자 한다.

MBTI가 되었건 오늘 나의 엉뚱한 비유가 되었건 관계는,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의 방향성은 합리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나와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그 차이를 좁혀나갈 수 있는 시간과 그 시간을 흘려보내기까지 내가 투자할 에너지, 아주 많은 양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합리적이지 못한 이런 모든 과정이 결국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사랑일 것이다.

이를 통해 효율은 떨어질지라도 삶의 지경이 넓어짐을 경험하기를, 나의 철학하기가 누군가의 삶에 좁쌀 한 톨만큼의 영향을 미치기를.


결론 : 사랑하면서 살아봐요. 날씨가 유독 남달라도 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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