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름 / 이형란
얘들아 밥 먹어라
부르는 소리에
언니와 나 까르르 웃음 터졌지
엄마가 왠일이래
크면서 한 번은
줏어온 자식 아닌가 의심한다지만
허허벌판 같은 세상
끝까지 손 놓지 않던 엄마
그 억척스러움에
의심할 겨를도 없었지
정승밥처럼 차려놓고도
늘 와서 처먹으라고 부르시더니
진 짐이 문득 가벼우셨나
처녀적으로 돌아간 듯
걸던 입 잊으시고
상냥하게 부르던, 얘들아
햇살처럼 부서지던 웃음소리
기억하실까,
그곳에서도 밥때는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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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의
어떤 부름
에서 제목과 시상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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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름 / 문태준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