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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Apr 10. 2021

수박

수박  /  이형란




사과를 잘 고르는 나는
수박 잘 고르는 이가 늘 부럽지


속 안 보이는 걸 잘 골라야
남편을 잘 고른다던가
신랑뿐이겠어
보이지 않는 것을 골라야 할 때가


여의도 땅 한 평에 오백 원할 때
복부인 울엄마 여의도에 갔었지
온통 갈대밭인 그 땅
오백원 가치도 없다며 놓친 엄마가
사오신 수박은 늘 맛이 없었지


수박도 조금만 알면 잘 고를 수 있지
슬쩍 눈 감고 싶을 때 실수할 뿐
이게 더 크니까
꼭지는 말랐어도, 줄은 좀 희미해도
봐주고 싶은 수많은 순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지
야멸차게 들려서
이렇게 말하려고 해
수박은 따고나선 달아지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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