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란 Jul 25. 2016

당신의 꿈은 현재시제인가



내가 일하던 타일팀은 모두 동갑이었다.  열여덟 살 때부터 타일 일을 하던 대장이 기술자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동창들을 하나씩 불러 모아 꾸린 팀으로, 뒤에 어쩌다 합류하게 된 나까지 모두 동갑내기들이었다. 나는 스물다섯 살서부터 스물아홉 살까지, 내 인생의 가장 젊고 예쁜 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냈다.



타일은 화장실 벽을 얼마큼 붙이느냐를 기술의 척도로 삼는다.  남자 기술자들은 보통 하루  세 칸을 붙이면 일류 기술자로 쳤고, 여자는 하루 두 칸이 최고였다. 나는 최고 기량일 때 하루 한 칸과 세 면을 붙였다.  그런데 우리 대장은 뒷일 하는 사람만 잘 받쳐주면 하루 일곱 칸도 붙였다.  훨훨 날아다니며 타일을 붙이는 그를 바라보면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 붙였던 타일은 다시 쓸 수 없다. 물기를 확 빨아들이면서 벽에 고정되는 것이므로, 한 번 붙였다가 떼면 타일이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그 날 안으로는 다시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대장은 고등학교 때 아버님을 여의고 타일 기술을 배우면서, 목욕탕을 하는 친척집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 밤 목욕탕 굴뚝에 타일을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도제식으로 기술을 배우던 시절이어서, 현장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금방 기술자가 되기 어려웠던 탓이다.  고3 때 가장이 된 그는 그렇게 두 동생을 가르치고, 집을 사고, 현장에서 대장이 되며 스물일곱을 맞았다.

우리와 함께 일하던 A는 우리 팀에서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가장 착하고 마음이 여렸다.  내가 겁도 없이 모두들 퇴근한 건설현장에서 밤 11시가 되도록 타일을 붙이고 있으면, 행여라도 내가 무서울까 봐 그는 옆칸에서 자정이 되도록 타일을 붙여주었다.  
하루는 아침 새참 시간에 모두 둘러앉아 빵을 먹는데, A가 아쉬운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래 봬도 꿈이 소설가였는데..."  내겐 그 말이 망치로 빗맞은 것처럼 아팠다.  아직 짙푸르러지지도 않은 나이인 스물일곱에, 어떻게 꿈을 과거 시제로 말하는가.




훌륭한 가장이 꿈이었던 우리 대장은 목욕탕 굴뚝을 부여잡고 꿈을 키웠고, 시 한 줄 써본 적 없어도 내내 시인이 꿈이었던 나는,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엉터리 시 한 수를 써보았지만, 아직도 시인의 꿈을 현재시제로 가지고 있다.

사람은 화이트칼라나 블루칼라로 나뉘지 않는다. 그가 빛나는지 아닌지로 나뉜다.  꿈을 과거 시제로 말하는 순간, 그는 빛을 잃는다. 오늘 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꿈은 현재시제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부패는 고위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