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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Sep 25. 2022

접시 다이어트 10 - 김치

접시 다이어트 10일째 - 67.8 (300g 감량 / 총감량 2.7kg)



어제 점심 - 약식 두 개 (꽤 많음)


어제 저녁

그제 저녁과 같음 : 밥 / 미역 / 감자 / 김치 + (사진에 없는 소고기국을 한 대접 먹음)



오늘 아침

종일 안 움직일 예정이라 죽으로... / 죽 / 김치 / 오이 / 참치캔 (죽은 조금 더 퍼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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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제법 큰 등심구이집을 하셔서, 우리집 뒷채는 통째로 김치 담는 용도로 쓰였다. 아주머니 두어 분이 상주하며, 배추김치와 무채를 담궜다. 나는 숙제를 마치면 뒷채로 나가 마늘을 까거나, 파를 다듬거나, 김치 간을 보며 아주머니들과 놀았다.


우리집 김치에는 새우젓만 쓰여서, 나는 그게 김치의 유일한 맛인 줄 알았다.

중3때 집안이 어려워져서, 고등학교 때는 반항기랄 것 없이 얌전히 지났는데, 대학 들어가서 뒤늦게 사춘기가 와서 엄마 속을 많이 썩였다.  대학교 2학년 때는 혼자 살아보겠다며 집을 나가 부산에 가서 텐트공장에서 일을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갔으므로, 엄마가 보고 싶다거나, 집 생각이 난다거나 하는 건 의도적으로 모른 척했는데, 문제는 식사 때마다 먹게되는 김치가 멸치젓 냄새가 진해서 먹을 때마다 "집이 아니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결혼 초기에는 엄마가 이런저런 김치를 해다주셨는데, 젓갈이라곤 거의 안 넣은 김치를 먹고 자란 남편은 김치에서 젓갈 냄새가 난다고 했고, 나는 왠지 그 느낌을 알 것 같았다.

한번은 남편이랑 전라도의 우이도라는 곳으로 여행을 갔는데, 우이도는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푸짐한 밥상으로 기억에 남았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어찌 푸짐하고 맛있게 상을 차려주시는지, 아침 먹고 배가 불러서 배를 꺼지게 하느라고 두 시간 걷고, 점심 먹고 배 꺼지게 하느라고 두 시간 걷고, 저녁 먹고 배 꺼지게 하느라고 두 시간 걷고 그랬다.  


그런데 남편이 김치가 시원하다며 끼마다 두 보시기씩 먹는 거였다. 나는 속으로 "서울 김치도 젓갈 냄새 난다면서, 전라도 김치를 잘 먹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민박집 아주머니가 강원도에서 시집온 분이었다. 남편은 오랫만에 고향 김치를 먹어본 셈이었다.


그리움은 잠시는 사람을 센티하게 만들지만, 길게는 인생의 힘이 된다.

혹, <그리운 그 김치>를 가지고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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