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 다닐 때 시간이 많아서 정철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첫해에는 토익 715로 시작해서 865점까지 꾸준히 늘기만 해서 제법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태째에는 1월부터 매달 시험을 치는데도 거짓말처럼 계속 865점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강사로 일하게 되면서 바빠져서, 정철 학원 근처에서 일하면서도 학원을 다니지 않게 되었는데, 그 수준에서 일 년만 더 버텼으면 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리라는 게 내 생각이다. CNN까지는 다 못 알아들었어도 VOA는 제법 무난하게 들리고, 말도 쉬운 건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도로 벙어리다.
중국어 관용어에 <学如逆水行舟,不进则退>。라는 말이 있다. <배움은 물을 거슬러서 배를 저어가는 것과 같아서, 나아가지 아니하면 물러난다>. 늘 가슴을 치며 동감하는 말이다. 내 영어 수준이 토익 865에만 머물러 있어도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런 좋은 일은 없다. 물을 거슬러 가는 것처럼 계속 애를 쓰고 있어야 그나마 제자리에도 있는 것이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며칠 정신을 놓으면 그새 몸무게가 훌쩍 늘어있곤 한다. 저 위의 관용어가 다이어트에도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하고, 중국인들이 인용한 문장을 검색해봤더니, 아니나다를까 이런 문장이 있었다. <减肥如逆水行舟, 不进则退 / 减肥如逆水行舟, 不瘦则肥> 두 가지 버전이 보였다. <다이어트는 물을 거슬러 배를 저어가는 것과 같아서, 나아가지 아니하면 물러난다> 또는 <다이어트는 물을 거슬러 배를 저어가는 것과 같아서, 빼지 않으면 찐다>라고 하는.
옛사람들의 말은 대부분 진리다. 세월을 통해 검증을 거치며 살아남은 말들이니.
뭔가를 꾸준히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하나씩 늘려나가고 싶다.
가만히만 있어줘도 좋은 것들이 많지만,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없다. 물 밑에서라도 꾸준히 끊임없이 물을 거슬러가는 노력을 해줘야만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