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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Oct 19. 2022

접시 다이어트 20 - 날계란

접시 다이어트 20일 - 66.9kg (200g 감량, 총감량 - 3.6kg)


(어제 점심) 외식 - 추어탕


(어제 저녁)

쌀밥 / 오이 / 당근 / 나또 / 날계란 /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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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이 나는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내가 대여섯 살때는 계란 한 개에 5원이었다. 사과도 한 개 5원이었고, 요즘과 좀 다른 점은 계란도 사과도 한 개씩도 팔았다. 모두 형편이 안 좋은 상황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엄마가 등심구이집을 하셔서 우리 저녁을 직접 챙겨주지는 못하셨고, 저녁 시간이면 아주머니 한 분을 집으로 보내주기는 하셨는데, 저녁 장사가 잘 돼서 아무도 못 보내줄 때도 많았다.  그럴 때면 나는 조그마한 주머니를 달랑달랑 들고 계란 가계에 가서(그 때는 닭과 계란만 따로 파는 가게가 있었다) 계란을 한 개 사서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담아와서 밥에 깨뜨려넣고 간장과 참기름을 비벼서 김치랑 먹었다. 어쩌다 김까지 있으면 더 훌륭한 한 끼가 되었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기억을 끄집어내서 글을 쓰다 생각해보니, 난 언제나 계란을 한 개만 사왔었다. 늘 나만 계란에 비벼먹었나보다, 언니는 그냥 맨밥에 김치만 먹고...)


날계란이 비리다는 사람도 많고, 날계란에는 세균이 있어서 그냥 먹으면 안된다는 글도 많이 봤지만, 어렸을 때 먹던 음식이라 반찬이 별 게 없을 때면 자동으로 날계란을 꺼내들게 된다. 김치만 있으면 훌륭한 한 끼가 되고 김까지 있으면 더이상 완벽할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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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출판될 시집 <먹고살기歌>중에서 )



             물가 物價  /  이형란



라면 한 봉지 오원 

버스 타는 데 오원 

사과 한 개 오원 

나 다섯 살 엄마 서른다섯 


라면 한 봉지 십원 

버스 타는 데 십원 

사과 한 개 십원 

나 열 살 엄마 마흔 


그리고 오랜 중략 


라면 한 봉지 천 원 

버스 타는 데 천 원 

사과 한 개 천 원 

제일 조금 오른 나는 쉰다섯 

엄마는 여든셋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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