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그 전에

by 함완

“언니, 괜찮냐고 물어보지 마.”


5년 전 딸을 영영 멀리 떠나보낸 둘째 이모는, 엄마를 통해 전한 내 안부에 짧게 답했다. 나는 잠시 가족을 떠나 모두와의 연락을 끊고 살았고 그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중의 하나가 사촌 누나가 세상을 떠난 일이었다.


그 후로 이모는 세상 사람들이 그녀에게 전하는 모든 안부를 버거워했다. 그녀에게 전하는 모든 안부는 그녀의 딸, 나에게는 사촌 누나였던 이에 대한 안부로 치환되었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아하는 이모였기에 걱정과 미안함에 엄마를 통해 둘째 이모의 안부를 물어보고자 했지만, 이모는 저 말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난 부모가 된 적이 없었고, 그 마음을 알지 못했다.


손녀의 죽음을 외할머니는 몇 해가 지난 지금도 알지 못했다. ‘아흔이 넘은 노모가 알게 되면 곡소리가 한 번 더 나는 게 아니냐’라며 이모는 슬픔을 삼키며 멋쩍게 웃는다고 엄마가 말했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 손녀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종종 둘째 이모에 관해 물어보며 말했다.


“이상혀. 걔가 전화로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어.”


언니보다 앞서, 딸을 영영 멀리 떠나보낸 셋째 이모는 이제 일밖에 하지 않는다. 내가 셋째 이모를 보지 못한 이후, 이모는 허리가 옆으로 비틀어지는 병이 생겼고,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처럼 비틀어지고 휘어진 셋째 이모는 그 몸으로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고통이 그녀의 몸을 휘저어도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일이다. 셋째 이모는 이제 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입을 열지 않는다.


이모들의 하나밖에 없는 딸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먼저 어미 곁을 떠났다. 이제 내 엄마의 딸 차례다. 어렸을 때부터 당뇨로 딸의 몸은 망가지고, 동시에 마음도 무너졌다. 쉽사리 낫지 못할 병에 걸린 딸을 앞에 두고 엄마는 항상 말했다.


“내 앞에서 보내야지.”


어머니는 아픈 딸이 고통에 몸부림치다 겨우 잠들면 고름이 찬 발을 살며시 잡고 마른 눈물을 흘린다. 이미 예견된 이별을 앞두고, 떠나보낸 뒤 후회하지 않으려 한다.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하지 못했던 일들을 그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혹시 그 전에 막았더라면 달라졌을까. 이모들은 떠나보낸 뒤에야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삼켰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 후 이모들은 변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엄마에게도 이모들이 겪은 그 후가 찾아올 것이다.


어머니는 아직 ‘그 전’에 살고 있다. 이모들이 놓칠 수밖에 없었던 그 전을 오늘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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