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김치 한 포기

by 함완


시골에서 택배가 올라올 때마다, 엄마와 나는 김치 한 포기로 승강이를 벌인다. 한 사람 살림에 먹을 건 적당한 게 좋다는 나와, 그래도 넉넉하게 두고 먹어야 한다며 더하려는 당신. 김치 한 포기가 뭐 그리 대수라고, 김치가 없으면 사랑도 없는 것처럼 싸운다.


택배 상자를 열어 당근, 파, 인삼, 뼈다귀 국물까지 배보다 큰 배꼽을 냉장고에 욱여넣다 보면 김치 한 포기는 걱정거리도 아니다.


언제나 그랬다. 택배박스를 받는 순간, 난 졌다는 걸 안다. 그러면서도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벌인다.


이게 없으면 사랑도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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