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3년 전 이맘때다.
딸아이가 우리에게 왔던 날.
인생의 중심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던 순간이었다.
내 삶의 최우선 순위에 세상에 그동안 없던 존재가 이름을 올렸다.
아내와 함께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딸 바보 아빠들을 볼 때면, 어느 정도 연출이 된 것이지 실제로 저런 사람들이 어디 있냐며 평가절하했던 나였다.
어느덧 나는 그 바보 아빠들보다 더 현실감 없는,
진짜 찌질이 바보에 더해 쿨하지 못하고 질척대며 매달리는 딸 바보 멍청이 아빠가 돼 있다.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
온순하고 착하게 살고 있는, 바보로 묘사되던 사람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며 폭력적 성향까지 나타낼
때가 있다.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누군가 건드릴 때다.
<포레스트 검프>에서도
지능이 떨어지는 포레스트 검프가 가장 폭주하는 장면은 어김없이 그의 사랑 제니를 누군가 위협할 때이며,
류승룡 씨 주연의 영화 <7번 방의 선물>에서도
지적장애를 가진 아빠가 딸 예승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마저도.
난 지금 많이 화가 나있다.
아니, 우리는 지금 단단히 화가 나있다.
지금 많은 딸 바보 아빠들의 심정은 똑같을 거다.
이런 일들을 용서하지 않아야 지킬 수 있기에,
앞으로 더 크게, 더 많이 화를 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