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방송국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 말이다.
"쟤 내가 키웠잖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다 보면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 혹은 가장 핫한 인물 중 자신이 안 키운 사람들이 없다. PD, 기자, 아나운서 가릴 것 없이 어떤 대상이 화두에 오르면 어김없이 자신이 그를 가르친 원조라고 자부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며 무용담을 뽐낸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과장이 90% 이상이다. 자신이 한 작은 행동을 뻥튀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대상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유퀴즈>에 나왔던 유재석 형님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저도 저 키웠다고 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혼자 힘으로 크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누군가에 의해 키워지는 사람 역시 없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큰 성공을 거머쥔 사람은 본인의 치열한 노력에 더해 주변의 상황(혹은 주변 사람), 운 때까지 맞는 사람이다. 셋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이루기 힘들다.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러니 어떤 한 가지가 주된 이유라 할 수 없다.
반면 이런 사람이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거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진정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상대를 끌어준다.
스포츠 중계를 함께 하며 친해진 PD 선배가 있었다. 선배는 자동차에 대한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당시 핫한 걸그룹 멤버 중 한 명인 C를 섭외했다. 그 프로그램은 심야에 하는, 흔히 말하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은 대개 이렇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하면 다른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면 교양 프로그램에 나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낸 진행자가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음식에 대한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온다. C는 그 해에 자동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두루 활약했다. C자체가 원래 깜냥이 되는 인물이었고, 여러 가지로 잘 풀리던 해였으며, 프로그램도 잘 연결되며 주변 상황도 좋았다.
그 선배에게 C에 대해 립서비스 차원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오? 선배 C 요즘 잘 나가던데요. 선배 덕인가?"
그 PD의 대답은 의외였다. 대개 자신의 공치사를 하던 방송쟁이들과 달랐다.
"내가 한 게 있나? C가 잘 한 거지."
그해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C는 '올해의 뉴스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상소감에서 그 선배의 이름을 말했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를 키우는 건 어떤 사람일까.
나의 공치사를 늘어놓으며 자랑만 늘어놓는 이일까.
진심을 담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