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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Jun 03. 2020

아나운서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이죠?

하는 일이 다양해 적응하느라 마이아파


흔히 아나운서를 방송의 최종 전달자라고들 한다. 하지만 공중파 아나운서로서 지난 12년 동안 내가 한 일을 되돌아보면, 아나운서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렇게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직업이다 보니 ‘아나운서’라는 한 단어에는 무수한 의미가 축약돼 있어 보인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TV와 라디오의 뉴스 앵커다. 그 외에도 시사 및 교양, 예능 프로그램의 MC 혹은 보조출연자, 스포츠 캐스터, 라디오 DJ 혹은 보조출연자, 다큐멘터리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내레이터,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 리포터 등 방송의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고 보면 되겠다. 최근엔 기존의 영역에 더해서 연기나 노래에 도전하거나 회사 주요 사업의 프리젠터로 아나운서들이 나서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방송의 영역이 워낙 넓다 보니 아나운서들에게 변신은 필수다. 프로그램에 맞게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그때마다 시험대에 오르기도 하고, 자신이 어느 분야에 맞고 맞지 않는지도 알아가게 된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투입되며 경험이 쌓이고 가장 전문성을 투여할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게 된다.


 박식하고 무게감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통적인 아나운서의 영역인 뉴스 앵커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적격일 것이고, 조금은 가벼울지라도 끼가 많은 아나운서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뛰어들어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또 강하고 꽂히는 목소리를 갖고 있고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스포츠 캐스터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이렇게 어떤 영역이냐에 따라서 아나운서의 적합도가 나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도 아나운서들의 활동 무대가 달라지기도 한다.

 라디오 DJ로 예를 들어보면, 같은 라디오 DJ라고 해도 다 똑같은 DJ가 아니다. 방송시간이 심야인지 아침인지, 프로그램이 재미를 추구하는지 아니면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또 주요 청취자가 주부인지 학생인지 등에 따라 요구되는 자질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심야 라디오 진행자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청취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따스함을 전파하는 것이 1순위다. 그렇기에 밝고 높은 톤 보다는 부드럽고 중저음의 톤을 가진 아나운서들이 어울린다. 반대로 아침 출근길 라디오 DJ는 하루를 시작하며 청취자들에게 활력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축축 처지는 목소리보다는 밝고 높은 톤의 아나운서들이 어울리는 것이다.


 외모에 따라 아나운서들의 진출 영역이 갈리기도 한다. 너무 튀지 않는 평범한 외모가 필요한 프로그램도 있으며 반대로 개성 있는 외모의 소유자가 필요한 프로그램도 있다. 또, 성별에 따른 섭외도 이루어진다. 제작 부서에서 애초에 아나운서를 섭외할 때 여성 혹은 남성 진행자가 좋겠다고 못을 박아두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돌이켜 보니 아나운서의 영역 중 내게 꼭 맞아떨어지는 한 분야가 반드시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찾지 못해 마이 아팠던 나만의 전문분야는 어딘가에 꼭 있어서 언젠가 내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수많은 직업 속에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또 그 안의 수많은 영역 중 하나를 만나게 되며, 또다시 그 영역 안의 어떤 프로그램을 마주하게 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그러다 내게 꼭 맞는 옷을 찾게 되면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한 명의 아나운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고, 그걸 찾아내 한 분야 최고의 전달자가 되는 것이 아나운서 일의 마지막 도착지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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