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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규 Jan 18. 2021

타이머가 있는 삶

나를 지켜주는 시간제한

쉬는 날인데 타이머라니?


12월 23일부터 휴가로 계속 쉬고 있었는데, 하루는 게임을 거의 8시간 넘게 하는 날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실컷 게임을 하고 난 하루가 기분이 좋아야 했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못했다. 머리는 아팠고, 눈은 침침했으며 심지어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어서 몸도 피곤했다. 


아무리 휴가라도 이렇게 브레이크 없이 사는 삶은 너무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는 타이머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저 타이머는 구글에서 회의시간에 사용하는 녀석으로 매우 유명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주지하면 사람의 뇌가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나? 


나는 뇌를 더 잘 쓰기보다는 몸을 덜 혹사시키기 위해 사용했다. 그래서 게임 1시간 10분 휴식 공부 1시간 운동 10분 이런 식으로 타이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을 너무 안 지키며 살아온 나의 오랜 습관들은 타이머를 재깍재깍 지키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반응이 있었다. 


타이머를 칼같이 지키지 못하고, 타이머가 울리고 나서도 10~15분은 더 게임을 한다거나 쉬는 시간이 10분이 아니라 30분이 된다거나 하는 날들이 많았다. 사실 지금도 엄청 잘 지키는 편은 아니다.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다. 

하루를 계획해서 사는 것보단 하루의 일과를 몰아서 다 해치워 버리고, 그리고 몰아서 쉬는 삶을 이제껏 살아왔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장기 목표는 있었을지라도, 단기계획 같은 것은 세우지 않았다. 단기계획으로 세워지는 것은 회사에서 내려온 프로젝트 데드라인 정도였을까.. 나는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 싫어서 시간을 잘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청년아 세월을 아끼라 

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나이가 꾀 들어서야 시간의 중요함을 그나마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시간이 없으니 시간을 잘 써보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타이머가 있는 삶

조금 늦긴 했지만,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해 타이머가 있는 삶을 살고자 한다.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계획을 한다는 말이고, 그 일이 끝나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추정을 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전에도 일에 관련해서는 일이 언제 끝날지 역순으로 계산을 많이 해보고 잘 고민한 다음에 상사에게 어디까지 가능하다를 알려드리곤 했다. 


이제는 그런 추정을 나의 삶에 조금 더 녹여 보려고 하는 것이 바로 '타이머가 있는 삶'이다. 지금도 사실 타이머를 걸고 20분째 글을 쓰고 있다. (타이머가 다돼서 잠깐 쉬러 가도록 하겠다.)


(돌아옴) 타이머가 있는 삶이 답답하다고 느낄 수 도 있을 것 같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타이머 같은 것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일할 때나 놀 때나 브레이크 없이 나를 갈아 넣는 사람이라면 타이머를 사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타이머를 사용하는 게 너무 빡빡하다면 잠깐 느슨하게 하고, 너무 느슨하다면 좀 더 빡빡하게 해 보는 것을 해보도록 하자. 뽀모도로 기법이 유명한데, 뽀모도로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하는 나에게는 맞지 않아서 사용하고 있지 않다. 대신 1시간이나 50분 단위로 타이머를 사용 중인데, 나름 괜찮은 것 같다. 특히나 50 분하고 10분 쉬는 것은 초중고에서 계속 적응해왔던 패턴이라 적응하기가 편한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2021년에는 시간을 더욱 알차게 사용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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