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식자

by 유광형

다음 날 오전 11시 반,

‘오늘은 오랜만에 제육볶음 집 어때?’

광훈은 팀 단톡방에 메시지를 몇 번이나 썼다가 지웠다. 거절당하기 무서운 나머지 차마 엔터키는 누르지 못했다.


“요새 샐러드만 먹긴 했더니 배가 고프긴 하네요.”

파티션 너머로 들린 한마디가 광훈의 망설임을 끝냈다.

다행히 ‘네넵!’, ‘좋아요좋아요!’ 등 메시지가 우르르 쏟아졌다.


점심시간 15분 전부터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고기 먹을 생각에 다리가 떨리고 침이 흘렀다. 분명히 어제도 삼겹살을 그렇게 먹었는데 무슨 금단현상처럼 몸이 반응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먹는 그 식당의 제육볶음이라면 이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집에서 상추를 입에 넣기 전까지는.


“팀장님! 왜 그러세요!”

팀원들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놀랐다. 광훈은 단지 제육볶음을 상추에 싸서 입에 넣었던 것뿐인데 마치 입에 넣으면 안 될 것을 넣은 것처럼 그대로 식탁 위에 쌈을 뱉어 버렸다. 눈으로 보면 아무리 봐도 상추인데 입 안에만 들어가면 마치 커다란 회색빛 나방이 혀 위에 앉아 날개를 조금씩 퍼덕이는 느낌이었다. 도저히 쌈을 목구멍으로 넘겨버릴 수가 없었다.


“아이씨 이거 상했네! 아줌마!”

식당 아주머니는 큰 소리를 듣고 광훈의 자리로 오더니 광훈보다 더 크게 소리 질렀다.

“아니 상추가 무슨 상해요! 어제 시골에서 올라온건데! 줘 봐요!”

아주머니는 상 위에 있는 상추를 하나 집어먹더니 더 크게 성을 냈다.

“싱싱하기만 하는구먼 뭘. 이 상추가 상한 게 아니라 그쪽이 이식인가 보네 뭐!”

광훈은 아줌마의 말을 듣고 바로 식탁 위를 살펴봤다 몇몇 팀원들 앞접시에 먹고 남은 상추 끝부분이 올려져 있었고 팀 막내는 조금 전까지 먹으려고 했던 쌈을 손에 들고 그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광훈은 팀원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어금니를 꾹꾹 깨물면서 생각했다.


‘지금 내가 여기서 어떻게 행동해야 이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무서워하지 않을까.’

“나… 내가 법카 주고 갈게 천천히 먹고 와.”

광훈은 떨리는 손으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옆자리 팀원에게 급하게 건넸다. 그 팀원은 광훈의 손이 다가오자 놀란 듯이 몸을 살짝 뒤로 뺐다. 광훈은 찰나의 배신감을 느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성찬이 처음 이식자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두려웠으니까. 그는 카드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도망치듯 식당을 뛰쳐나왔다.


먼저 사무실에 들어온 광훈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가족들한테 말 해야 할까? 아냐. 아직 검사해본 것도 아니잖아. 괜히 미리 말해서 걱정시킬 필요 없지.’

작은 회의실에서 혼자 핸드폰을 보며 점심을 먹는 성찬의 모습이 보였다. 도시락통 안에 벌건 고기 같은 것이 보였다. 인육일까? 성찬이 내가 이식자가 되면 어떻게 반응할까? 세현이, 희지랑 희성이는 내가 이식자가 되었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저… 신 팀장, 검사 한 번 받고 오는 게 어때?”

점심시간이 끝나고 얼마 뒤, 옆자리 부장님이 천천히 걸어오더니 멀찍이 떨어진 채 말했다. 광훈이 아무 말없이 쳐다보자 부장님이 민망한 듯 말을 이어갔다.

“아… 아니 검사받았는데 아니면 되는 거지. 그럼 신 팀장도 깔끔하고! 뭐 눈치 볼 것도 없어지는 거잖아. 그냥 채소가 갑자기 몸에 안 받는 사람도 있어. 아니면 진짜 그 식당 요리가 잘 안 맞는 걸 수도 있고.”

“네, 안 그래도 가려고 했습니다.”

“그래. 결과 나오면 회사에 얘기는 해주고. 응.”


반차를 쓰고 짐을 싸서 사무실을 나설 때, 팀원들의 걱정스러운 눈빛들이 뒤통수에 꽂혔다. 근처 병원에서 검사한 이식분류검사 결과는 뻔했다. 양성이었다. 일반인들과 다르게 간호사들은 이식자라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검사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봐왔을 테니까 그럴 법도 하다.


오후 3시. 병원에서 나온 광훈은 빌딩들 사이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어제만 했어도 오후 반차였으면 카페에 들어가서 여유를 즐기고 친구들을 불러 술 한잔했겠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도 아무도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목덜미가 불그스름해질 때까지 벤치에서 바닥만 바라보던 광훈은 아까 병원에서 받은 팸플릿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이식, 어렵지 않아요!’


병원에서 연계된 이식자 지원 프로그램 팸플릿이었다. 처음 이식자가 된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행동 요령을 설명해주는 입문서 같은 프로그램도 있었다. 나머지는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말해요!’와 같은 별 도움되지 않는 얘기와 적당히 귀여운 일러스트. 일찍 집에 가긴 싫었고 퇴근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아있었다. 그의 시선이 신규 이식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꽂혔다.


‘그래. 백신도 없는 병. 어쨌든 살아가긴 해야 하니까.’


일명 ‘이식 입문 강연’은 집 근처에 있던 이식자 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광훈은 강의실 같은 공간에서 처음 자신이 이식자가 됐다는 걸 깨닫고 잔뜩 웅크려 있는 수강생 5명과 함께 진행자를 기다렸다. 분명 이제는 같은 처지인 사람들뿐인데 서로 멀찍이 떨어져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는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식 입문 맡게 된 고영선 담당자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강연자가 문을 열고 들어와 앞에서 인사를 했지만 아무도 흔쾌히 받아주지 않았다.


“네, 익숙합니다. 익숙해요. 입문 프로그램은 항상 이런 분위기거든요. 저도 이해해요. 많이 당황스러우시겠죠. 그렇지만 저는 오늘 여러분들이 여기 정말 잘 왔다고 생각해요. 지금부터 여러분한테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근데 그걸 알고 겪는가, 모르고 겪는가는 정말 천지 차이입니다. 여러분. 지금 이식자분들 중에 욕구 통제를 못하고 살인을 범하신 분들은 정말 하나같이 입문 과정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던 분들이에요. 오늘 정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연자가 허리춤까지 고개를 한번 숙였다.


“음… 다들 들을 준비는 되신 것 같으니까. 바로 시작할게요. 오늘은 이식자가 되시면 느끼실 감정, 신체의 변화에 대해서 미리 설명해드리고 욕구 통제 방법에 대해 말씀드릴 거예요.”

빔프로젝트를 통해 켜져 있던 PPT가 몇 장 넘어갔다.


“식사 부적합 단계는 너무 유명해서 모두 아시죠? 채소, 곡물, 육류 순으로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편이고 아마 이식 검사를 채소 거부단계 때 대부분 실시하셨을 거예요. 채소 거부 단계가 시작되면서 오히려 육류 식욕 증가 현상이 생기는 편이기도 하고요. 채소에서 곡물 거부단계로 가는 데는 3에서 5일 정도 소요가 되는 편이고. 곡물에서 육류까지는 통상 7일 정도 소요가 된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채소 거부 단계이신 분들은 아직 육류는 이상 없이 드실 수가 있으실 거예요. 육류 거부 전조증상은 곡물 거부 단계가 확정적으로 발현될 때부터 시작되거든요.


거부단계부터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실 중요한 건 그 다음입니다. 육류 거부 단계가 시작되고 1에서 2주정도가 지나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실 거예요.”

PPT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나서 뒤쪽에 있던 수강생 한 명이 입을 틀어막고 뒷문으로 뛰쳐나갔다. 광훈도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말을 마주하자 열이 목에서부터 얼굴로 점점 올라왔다.

‘어떻게 하면 저 인간을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잘 속이면 저 인간을 먹어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 인간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이해 안 가시죠. 그런데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 왜냐하면 어쩔 수가 없거든요. 식욕이 한순간에 바뀐 것도 아니고 이미 채소 거부단계부터 몸은 인육을 원하는 단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지극히 당연한 사고입니다 여러분. 그냥 저희가 그 전에 돼지고기, 소고기 어떻게 굽지? 어떻게 구워야 맛있지? 생각하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죄책감 느낄 필요 전혀 없으세요.


성치원 쉐프님 아시죠 다들? 그분이 이식자 되시고 나서 이미 인육 스테이크 굽기 정도부터 에이징 방법, 시즈닝까지 유튜브에 다 정리해 놓으셨어요. 어떻게 뭔가 자기가 해보려고 하실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 생각이 가장 중요해요. 이 생각을 못하고 욕구에만 충실하시는 분들이 보통 살인을 하시게 되거든요.

다음은 신체 변화인데 사실 신체 변화는 크지는 않습니다. 근육량이 늘고 치악력이 상당히 강해진다는 것 정도? 웬만한 나무는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긴 해요. 그런데 뭐 운동선수가 될 것 아니면 사실 큰 의미는 없죠.


마지막으로 욕구 통제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사실 아까 말씀드린 감정 변화의 연장선이긴 한데. 자신이 일단 식욕을 위해 직접 행동해야겠다는 마인드는 절대 안 되고요. 도저히 식욕통제가 안 된다 하실 때는 역시 가족들, 친구들 생각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먹고 싶다고 다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려주는 존재거든요. 그 둘이.”


30분가량 진행된 강연이 끝난 이후 강연자가 손을 들며 말했다.

“추가로 질문 있을까요?”


앞줄에 앉은 여자 하나가 손을 들었다.

“그러면 이제 식사는 어떻게 해요? 고인이 된 인육을 먹는다고 해도 그거는 주변 지인 중에 상 당한 사람이 없으면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상을 당했더라도 식장에 동의까지 해줘야 하잖아요.”


“아 제가 그 얘기를 까먹고 못 해드렸네요. 말씀 주신 것처럼 보호자 동의 하에 고인을 식장하는 경우에는 실제 인육 섭취가 가능합니다. 다만, 그런 기회가 흔치 않죠. 그래서 현재는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하는 인공육으로 식사를 대체하고 있어요. 인공육이어도 실제 사람 혈액으로 염지 처리를 한 고기라서 육류 거부반응은 따로 없습니다.”

“어? 인공육으로 대체할 수 있으면 왜 인육을 먹어야 하는 거죠?”


“음, 이런 말씀 드리기 조금 그렇지만 비유하자면 인육이 횡성 한우라면 인공육은 질 낮은 닭가슴살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식장의 기회가 없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는 평생 닭가슴살만 먹고 살아야 하는 거죠… 그래서 아마 실례를 무릅쓰고 식장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셨을 거예요.”


광훈은 성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이 또 다른 성찬이 되어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그런 말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강연이 끝나고 그는 지원센터 건너편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샀다. 희지가 태어나고 22년 만에 사는 담배였다. ‘이식자 지원센터’ 건물 간판을 마음속으로 글자 하나하나 읽어가며 천천히 담배를 태웠다. 반대쪽 손에는 강의 참여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받은 인공육 1팩이 들려 있었다. 플라스틱 팩을 살짝 기울이면 고기 안에서 물감 같은 핏물이 한쪽으로 기울여져 고였다. 누군가의 피라고 생각하니 피고 있던 담배에서마저 비린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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