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 놓는곳.
맥줏집은 보통 2차인 경우가 많다.
고깃집이나 밥집에서 저녁 겸 한 잔을 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쉽게 헤어지지 못한 채
“2차 가자~!” 하고 외친다.
(물론 내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다…ㅎㅎ)
그 2차에는 맥주가 딱이다.
그래서 우리 가게는 자연스럽게 2차로 많이들 찾아오신다.
(물론 3차도 자주… 아주 자주.)
단골손님들이 이미 ‘업(UP)’ 되어 있다.
맥주보단 텐션에 취해, 나를 보자마자
“어머!! 사장님~!!” 하며 반갑게 인사한다.
맨정신이라면 쉽지 않았을 순수하고 해맑은 그 인사.
어떤 분은 나를 끌어안기도 하고 (특히 여성분들),
어떤 분은 두 팔을 날개처럼 퍼덕이며 격한 인사를 건넨다.
그 모습을 본 오빠가 조심스레 묻는다.
“저 분이랑… 많이 친하나?”
“아니…ㅋㅋㅋㅋㅋ”
나는 가끔 고민에 빠진다.
'이 즐거움을 어떻게 민망하지 않게 받아야 하지?’
진심으로 더 신나게 화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
나는 맨정신이다. (ㅠㅠ)
‘장사 전에 나도 한 잔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ㅎㅎ
그렇게 신나게 웃고 즐기던 분위기.
그다음에 찾아오는 건… 뜻밖에도 눈물이다.
특히 여성 손님들이 자주 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 밝고 즐거웠던 그들이
갑자기 눈물바다가 된다.
기쁨만큼이나 슬픔도,
술과 함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나는 조용히 티슈를 곱게 접어 건넨다.
“감사해요…” 하며 눈물을 닦는 손님.
어느 날은 단골 부부가 오셨다.
늘 자신의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자부심 가득하게 술잔을 기울이시던 사장님.
그날도 평소처럼 웃고 떠드셨는데…
어느 순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사장님이 울고 계셨다.
여자의 눈물과는 조금 다른 결.
무겁고, 단단했던 울음.
그게 바로 ‘남자의 눈물’이었다.
아니 ‘가장의 눈물’이 맞는표현일까?
사모님이 조용히 남편을 달래셨고
계산을 하며 “죄송해요…” 하셨다.
내가 오히려 죄송했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사장님의 눈물을 봐버린 내가더…
그 이후, 그 부부는 몇 달간 오시지 않았다.
늘 당당하게 자신의 사업 이야기를 하시던 분이셨는데…
그날 이후
‘그 당당함 안에는 얼마나 큰 무게가 있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때 느꼈다.
그것이 바로 가장의 무게라는 것을.
문득 어린 시절,
술에 취해 울고 계셨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땐 몰랐다.
'왜 우시지?’ 하고 그냥 지나쳤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사장님의 눈물과
아버지의 눈물은 닮아 있었다.
가끔은 맥주 한 잔에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으시길.
그런 공간이 되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