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나온 용기는 진짜 용기인가?
술은 대부분의 사람을 조용히 녹인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반대로 더 커지고, 더 세지고, 더 용감해진다.
그것은 진짜 ‘용기’일까, 아니면 그저 ‘술김’일까.
며칠 전 손님이 많은 주말.
우리는 테이블이 가까워 가끔 옆 테이블 사람과
오고 가며 부딪히기도 한다.
술 먹는 분위기에 따라 웃으며 넘어갈 때도 있지만,
금세 목소리는 커지고, 시비가 붙기도 한다.
그럼 나는 중간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중 한 남자손님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상대방 남자손님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다.
욕이 나오면 언성이 더욱 높아지고,
테이블 위 잔이나 병이 깨지기도 한다.
사장이지만 여자인 내가 너무 당황하고 있으니,
다른 테이블 남자손님이 나서서 중재를 도와주신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렇게 상황이 정리된다.
화나가서 죽일 듯이 싸우던 남자손님들.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서를 사과를 한다.
참 다행이면서도 살짝 당황스럽다.ㅎ
비슷한 장면은 아주 가끔 일어난다.
술이 만들어주는 용기란
제정신으로는 말하지 못할 말을,
술이 들어가면 너무나도 쉬워진다.
사랑한다고, 미워한다고, 외롭다고, 멋있다고.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기 안에 있던 억눌린 강함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려 한다.
그게 ‘용기’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사실은 그저 ‘방어’ 혹은 ‘허세’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어쩌면 우리는 강하고 싶어 한다.
지는 건 너무 싫으니까.
하지만 일상에서 강하다는 걸 드러내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잔을 빌려 말한다.
잔이 비워질수록 목소리는 커지고, 말은 거칠어지고,
그들은 자신이 용감해졌다고 느끼지만,
실은 그 순간이 가장 연약해 보일 때도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술잔을 들며 용기를 마신다.
그 용기가 진짜가 아니라고 해서, 나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그 용기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술이 없어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나 자신에게도, 누군가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