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에는 엄마가 들어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엄마의 인생이 들어있다. 엄마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 그로 인해 형성된 엄마의 가치관과 엄마의 언어들이 아이에게는 그대로 녹아든다.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들어보면 그 안에 그 엄마의 인생이 들어있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때면 문득 겁이 나기도 한다. 내가 아이에게 어떤 인생을 물려주어야 하는가. 하는 거창한 생각까지 가버리고 만다.
사랑받은 기억이 많은 인생은 더 따뜻할까?
나는 늘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인생이라 생각했다. 쓰리고 아픈 기억으로 점철된 나의 인생은 꼭 누더기인것만 같았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느 순간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부모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사랑해주는 방법을 몰랐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모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조차도 알 수 없을만큼 큰데 매일매일 그 감정을 아이들에게 안겨주며 살지는 못한다. 매일 해야 하는 정해진 일들 속에서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잊지 않고 말해주는 일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아이들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 라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더럭 겁이 났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아이들이 자라 지금의 시간을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매일 더 많이 안아주어야겠다고 다짐해보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