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후 치유의 글쓰기 (3)
교통사고 이후, 몸이 아프고 마음도 아직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보험사와의 합의 과정'이었다.
7월 1일 오전, 보험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몸은 어떠세요? 많이 다치지 않은 경우에는 위자료를 드릴 수도 있어요. 40만 원을 드릴 수 있는데, 받으시겠어요?”
나는 망설였다. 얼굴 흉터도 걱정이었고, 목도 여전히 아팠다.
“치료를 더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생각해볼게요.”
그리고는 다음날인 7월 2일 오전 10시 36분.
보험사에서 다시 내게 전화가 왔다.
“어제 동승자분, 병원 치료 잘 받으셨고 큰 이상 없다고 하셔서 45만 원 위자료 받기로 결정하셨어요.”
나는 당황했다.
“OOO씨가 위자료 받기로 했다고요? 어제 그렇게 결정했다고요?”
병원에서는 미처 얘기 못했다고 해도 어제 저녁 우리는 카톡도 주고받았는데 위자료 얘기는 전혀 없었다.
왜 나한테 아무 얘기도 안 했을까? 그런 성격의 친구가 아닌데...
보험사는 다시 물었다.
“운전자 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나는 말했다.
“아직 목도 아프고, 얼굴 흉터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냥 치료 계속 받을게요.”
그리고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 한동안 답답하게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서 친구와 통화가 됐다.
상황은 이랬다.
친구는 7월 2일 오전 10시 29분에 나보다 먼저 보험사 전화를 받았고 위자료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이거 운전자 보험에서 나가는 거 아니에요? 할증되지 않아요? 운전자랑 상의해볼게요."
그런데 보험사는
“할증 안됩니다. 운전자분도 운전자상해특약으로 알고 계시고, 그렇게 정리하시기로 하셨어요. 두 분 다 그렇게 오늘 날짜로 정리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그 말을 듣고, ‘언니가 나한테 상의도 없이 벌써 결정했나?’ 하는 생각으로 “그럼 알겠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위자료 45만 원은 친구에게 바로 입금됐다.
보험사는 대인배상으로 진행되는(즉, 나에게 할증으로 이어지는) 위자료에 대해 사전 고지도 없었고
나에게도, 친구에게도 ‘상대방이 이미 결정했다’는 식으로 말해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한 것이다.
나는 화가 났다. 즉시 보험사에 항의했다.
“무슨 일을 이렇게 처리하시나요? 저는 분명 보류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친구에게는 제가 동의했다고 말하시고 저한테는 친구가 어제 이미 결정했다고 하세요? 왜 거짓말을 하셨나요?”
보험사는 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어제'라고 말한 것은 실수를 했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나는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했고, 담당자는 금방 바뀌었다.
보험사는 보상을 최소화하여 빠르게 끝내고 싶었을지 모른다.
사고보다 더 아픈 건 오해였다. 친구가 나에게 상의도 없이 위자료를 받았다는 말에, 위자료를 받고 얘기도 하지 않았다는 말에 당황했던 시간들은 참 괴로웠다.
다행히 친구와의 오해는 풀렸다.
그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번 일을 글로 남기는 이유는 누군가 나처럼 당황스러운 ‘합의 상황’을 겪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길 바라서다.
몸도 마음도 회복 중인데 복잡한 행정 과정과 거짓말에 감정 소모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