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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가 멈추게 한 내 일상

교통사고 이후 치유의 글쓰기 (2)

by 로하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교통사고 후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갑자기 차선을 바꿨을까?’ 그 질문은 곧 ‘왜 하필 그날 원주를 가려 했을까?’로, 또 ‘왜 그 여행을 갔을까?’로 번져갔다. 사실 약간 망설였던 여행이었는데, 가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까지 밀려왔다. 분명 전 날까지 즐겁다고 말하던 여행이 한 순간에 ‘사실은 안 가고 싶었던 여행’이 되어버렸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라는 생각도 당연 들었다. 긍정/부정적 성향을 다루는 책을 보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은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 앞에서 나도 이 생각을 피해갈 순 없었다.


사고는 내 일상을 흐트려 놓았다.

사고 후 여러 병원을 오가는 것은 기본이었다. 보험사와 제천시 시설처 등에서 계속 전화가 왔다. 이름이 뜨지 않는 전화번호들을 보기만 해도 누구일까?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회사에 갈 수 없어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얼굴 상처에 붙인 듀오덤 때문에 세수, 자외선, 땀이 나는 운동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자가용 없이 먼 출퇴근길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운동을 멈췄다. 매일 뛰며 체중을 줄이려 했지만, 이제는 땀을 내는 운동조차 할 수 없었다. 여름이라 가볍게 걸어도 땀이 났다.

에너지가 떨어지며 주변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본업 외에 다양한 일들을 벌이고 추진해왔는데 부질없게 느껴졌다. 의욕이 사라졌다.

웃음이 줄어들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유독 행복해 보였다. 사고가 곧 불행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충격과 걱정들이 행복을 느끼는 감정을 무디게 만들었다.

잠에서 자주 깼다. 깨면 불안감과 사고 장면이 떠올라 한동안 뒤척이게 되었다.

혼자 있을 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있을 때는 즐거운 상상이나 업무보다, 사고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회복탄력성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는 회복탄력성이 큰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니면 긍정적이려 노력하는 노력파일지도 모르겠다.

운동을 멈추었지만 스트레칭을 시작하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웃음이 줄어들어 억지로 웃긴 방송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중간에 잠에서 깨지 않으려고 커피를, 카페인을 줄였다.

혼자 있지 않으려고 엄마나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활동 없이 소속만 유지하던 커뮤니티 그룹에서는 모두 나왔다. 경험을 쌓는다고 했던 시작했지만 잘 운영하지 못했던 스마트스토어도 문을 닫았다.


인생의 멈춤, 그리고 전환

나는 이 사고를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바라본다면, 이 사고는 챗GPT가 말한 것처럼 ‘삶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 돌아온 2022년 이후 뚜렷한 목표 없이 이것저것 손 댔던 삶을 정리할 때가 온 것 같다.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을 이 글쓰기로 정리하고 천천히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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