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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원 위자료 vs 3년 보험료 할증

교통사고 이후 치유의 글쓰기 (4)

by 로하

친구가 위자료 45만원을 받고 나도 목 통증으로 병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이 사고 처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 걸까? 친구는 할증이 없다고 했다는데 운전자 상해 특약으로 처리 된 것이 맞나?'

나는 바뀐 손해사정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겨도 답이 없었다.

결국 보험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저희 손해 사정사님이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이쪽으로 문의 드리는데 제 친구가 받은 위자료는 어떻게 처리 된건가요?"
그리고 들은 말—
“대인배상으로 처리됐습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대인배상은 보험 사고 이력에 등록되고, 보험료가 3년간 할증되는 항목이다.
나는 자동차상해 특약처럼 들었기 때문에 별도 이력은 없는 줄로만 알았고, 친구도 "운전자에게 할증이 되는 것이 아니지요?"라고 확인했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화가 났다. 명확하게 설명하지도 않고, 동의도 없이 정리된 방식이라니...


"제 손해사정사는 전화를 받지 않고, 이런 사항은 어디에 민원을 넣어야 하나요?"

고객센터 직원은 손해사정사의 매니저에게 이야기 한 후 직접 전화주겠다는 말을 했고, 한 20분 후 보험사 부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전화를 했다.

부장은 능숙하게 (내 기록을 본 후 전화하는 것인지) 얼굴에 난 상처와 내가 흉터레이저를 받고 싶어하니 레이저를 받아보라는 얘기로 시작하며 목 상태에 대해 물으며 나를 달래듯이 얘기를 시작했고, 곧이어 직원들이 안내를 잘 못해 죄송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나는 첫번째 손해사정사가 대인배상임을 사건 고지하지 않은 점, 그리고 친구에게 할증이 되지 않는다고 거짓말 한 점, 나에게는 친구가 어제 합의했다고 거짓말 한 점 등을 짚었다. 두번째 바뀐 손해사정사 조차도 친구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따로 안내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할증이 되는 구조인데 어떻게 나에게 따로 사전고지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당시 저희 상담사의 전달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 죄송합니다. 이 부분이 법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설명은 잘 드렸어야 했는데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부장은 연신 사과했다.

"죄송하다고만 하면 끝인가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군요. 그래서 죄송하다고만 하면 다인가요?"


부장은 해결책으로
보험료 갱신 전, 할증된 보험료와 위자료를 비교해서 대인 배상을 취소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친구가 1회 병원에서 진료 받은 비용도 내가 보험사에 납부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조용히 전화를 끊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친구는 이미 위자료를 받았다.
합의 취소를 하려면 친구가 받은 돈을 다시 보험사에 반환해야 한다.

그리고 보험사가 병원에 대신 낸 진료비도 반환해야 한다.

도대체 친구에게 어떻게 말하지?


고민을 하다가 오빠에게 전화를 하고 조언을 구했다. 어떡하면 좋을까?

"대인 배상으로 하면 사고 기록도 남고, 3년동안 할증도 되니까 친구한테 위자료 다시 반납해달라고 하고, 너가 병원 비도 내. 그리고 친구가 보험사에 돌려준 45만원은 네 돈으로 친구한테 다시 줘. 그게 너가 마음이 편하지. 나라면 그 45만원 안 받지만... 덕분에 친구 깜냥도 볼 수 있는거지. 그 돈을 받으면 친구 깜냥이 그 정도..."


오빠다웠다. 오빠는 늘 "너가 조금 더 손해보듯이 살아. 그게 편해"라고 말해왔다.
이번도 오빠의 방식다웠다.

돈으로는 손해지만 마음은 손해가 아닌 방식.
그리고 지금의 관계를 상하게 하지 않는 방식.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친구가 받은 위자료 45만원

그리고 친구 병원비 7만 5천원


보험료 할증이 그보다 더 적을 수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건 보험료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과연 친구는 이 보험료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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