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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프 Jan 29. 2022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EP2

"CMA 자격증 따느라" 편

2022.01.14 CMA Part 2 시험 당일


한국에 유일한 프로메트릭 센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엄청난 집순이인 나는 특히 취준과 자격증 준비를 하며 집 밖을 나서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며칠 만에 나온 세상은 너무 추웠다. 특히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는 지역에 살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타러 가는 그 짧은 시간조차도 너무너무 추워서 충격 먹었다. 그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


어찌 되었든 1시 30분 예정인 시험을 위해 부지런히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으로 향했고,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나처럼 시험 응시생들이 꽤 보였고, 점심시간도 겹쳐 직장인 분들도 꽤 있었다. 시험장 근처에는 마땅히 밥을 먹을 곳이 없어서 이곳을 선택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오후 늦은 타임에 시험을 보는 분들은 미리 식사를 하시고 바로 시험장 가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시험 칠 동안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만 식사를 끝낸 후, 편의점에서 물 하나만 산 후 바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4번 출구 나오자마자 바로 왼쪽 건너편에 큰 건물이다. 1층에 나이키 매장이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았다. 횡단보도 이용 후 건물 뒤편에 위치한 출입구를 이용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6층으로 향하면 아마 시험 응시자분들을 위해 설치한 밴딩 머신이 바로 보인다.


시험장 내부에서부터 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기를 꺼야 한다. 1층에서 미리 아이패드, 애플 워치, 핸드폰 (비행기 모드 + 방해 금지 모드)까지 전원을 끈 후 올라갔다. 안쪽 의자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담당자분께서 나와서 이름과 시험 과목을 물어보시고 여권을 확인하신다.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읽은 후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손 소독 후 다시 자리에 앉아있으면 시험장 안으로 안내해주신다. 이때 음료 및 간식은 시험장 바로 밖에 위치한 선반에 둘 수 있으니 시험 칠 때 간단한 간식이나 물 섭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물론 밖에 나갔다 오면 내부에서 진행하는 바디체크는 무조건 다시 해야 하지만.


시험장 내부에 들어가면 지시에 따르면 된다. 우선 가방 및 외투를 라커에 보관해야 한다. 안경을 제외한 모든 액세서리는 착용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결혼반지도 가능했지만 결혼반지를 통한 부정사례가 발각되면서 그 조차도 금지되었다고 들었다. 락커를 잠그고 키와 여권 그리고 안경을 바로 앞 책상에 두고 난 후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진행하는 바디체크와 유사한 과정을 겪게 된다. 여자분들의 경우 그 자리에서 머리를 묶어야 한다. 주머니 안쪽, 종아리, 양말 안쪽까지 모두 육안으로 검사를 받고, 계산기와 안경 또한 검사를 받는다. 계산기 또한 커버를 벗겨야 한다. 마스크를 잠시 벗어 여권과 확인하는 작업 후, 입장 시간과 사인을 한다.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사진을 찍는다. 시험장에서 제공하는 종이와 연필만 사용 가능하니 본인이 따로 챙겨 올 필요는 없다. 내가 치는 CMA시험은 A4용지 4장 분량의 종이와 일반 연필 2자루를 제공한다. 락커 키, 여권, 계산기, 종이, 연필만을 갖고 난 후 자리로 안내를 받는다.


겨울이었지만 내부에는 히터가 세게 틀어져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덥다고 느꼈다. 다행히 나중에 히터를 꺼주셨지만 아마 손을 들고 얘기하면 조절해주시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히터와 마스크 조합은 최악. 더운 것도 있지만 숨 쉬기가 조금 불편했다. 컴퓨터 열기도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시험을 보시는 분들은 미리 마스크를 끼고 시험 보는 연습을 해 적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자리에 앉으면 시험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시작 후 문제를 풀면 된다. 보통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지만 시험 난이도가 꽤 있고 어려운 문제들이 있어 거의 풀로 4시간을 사용한 것 같았다. 다이렉트로 시험을 끝내고 홀가분 한 마음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나올 땐 사용한 종이와 연필을 반납하고, 끝나는 시간과 싸인을 적으면 정말 끝. 락커에서 짐을 찾고 보관했던 물을 찾아서 나왔다.


11.11.21 CMA Part 2 시험을 예약하다.

예약 확정 이메일

재작년 5월 17일에 미국에서 CMA Part 1 시험을 쳤다. 약 2달 뒤인 7월 12일에 420점으로 통과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약 반년만에 두 번째 파트 시험을 예약했다. 사실 마지막 학기를 들으며 급하게 수강한 과목 2개를 취소하게 되면서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해 전공이었던 회계 관련 수업 중에서 평소 관심 있던 Advanced Managerial Accounting이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교수님이 너무 좋았고, 또 내용 또한 재미있어서 참 즐겨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2학년 때 이 수업의 기초(?) 수준 정도의 수업이 기억났고, 그때 교수님께서 본 수업 관련 자격증이 있다고 알려줬던 기억이 났다. (그 교수님도 참 좋은 분이셨다.) 그래서 열심히 찾아보니 생각보다 딸 만 하다고 느꼈다. 일단 국제 공인 회계 자격증이라는 것에 혹 했다. 공부했던 분야이기에 조금만 더 노력해서 자격증 하나 따놓으면 그래도 언젠가는 써먹겠지 하는 생각에 자격증 공부에 뛰어들었다.


미국 관리 회계사 협회 (이하 IMA)에서 본시험도 주최 중이다. 잘 찾아보니 미국 대학교에 재학 중이며 전공이 회계인 학생들에게는 시험 관련 장학금 제도가 있었다. 각 파트 시험료 응시 1회 무료, 멤버십 비용 무료, study package 제공 등 많은 혜택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 상담을 요청했다. 너무나도 기쁘게 나의 선택과 시도를 응원해주셨고, 아주 꼼꼼히 장학금 서류를 작성해주셨다. 며칠 이내로 승인이 났고 그렇게 나의 첫 자격증에 도전하게 되었다.


사실 CMA 혹은 국제공인 관리 회계사 시험은 CPA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시험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그 인지도가 정말 낮아서 처음에는 많이 고민을 했다. 미국에서 취업을 할 확률이 낮았기에 국내 취업 또한 생각을 했어야 했다. 이 자격증을 따도 내 커리어 도움이 과연 될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 해볼걸 이라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 해볼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또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내가 회계 관련 일을 할 수도 있으니!


간단히 CMA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회계에는 크게 아래와 같이 두 종류가 있다.

Financial Accounting

Managerial Accounting

두 가지 회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회계 정보를 필요로 하는 대상에서 발생한다. 첫 번째 financial accounting은 외부, 예를 들면 투자자, 고객, 경쟁사와 같은 회사 외부의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회계 정보를 위한 작업들이며, 두 번째 managerial accounting은 회사 내부에서 사용되는 회계 정보를 위한 작업들이다.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공인 회계사 시험 (CPA)는 공공회계분야(회계감사 및 세무대리업무)를 전문으로 다룬다. 이는 Financial accounting에 해당된다. 반면 국제공인 관리 회계사 시험(CMA)은 기업관리 분야(기업회계 및 관리/기획업무)에 해당된다.


CMA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IMA 회원일 것

시험의 Part I, II 모두 합격

2년의 실무경력을 구비할 것

도덕적 인격을 갖추고 IMA의 윤리기준(Standards of Ethical Conduct)을 준수할 것

여기에 더하여 회계 관련 전공을 이수한 대학 졸업 관련 서류를 내야 한다고 들었던 것 같다. 시험을 치르는 순서는 상관없으며, Testing Window(1~2월, 5~6월, 9~10월)에 응시하면 된다. 각각 시험 관련 분야는 아래 그림과 같다.

CMA 시험 분야

더욱 자세한 내용은 https://www.aifa.co.kr/Examinfo/CMA/info_cma.asp?link_idx=1996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내부 재정 관리, 기업 회계, 기획 업무 자체가 재밌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기존에 활동하던 비영리단체에서도 회계 담당이었고, 해오던 업무 또한 내부 회계와 유사해서 비교적 친숙하게 느껴져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들었던 수업들이 재밌었다. 교수님들이 정말 좋아서 그런지, 수업 내용도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몇 없는 분야였다. 애초에 CPA는 물 건너갔고, 그럼에도 회계 관련 자격증은 하나 있었으면 하는 나에게 딱이었다.


나는 Gleim이라는 온라인 시험 준비 사이트를 이용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약 백만 원대 후반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에도 미국 대학 재학생이라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등록 후 각 파트 별 교재도 배송되었다. 정리도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유닛 별 문제와 에세이, 그리고 문제 은행도 제공된다. 시험공부법은 따로 정리해서 올릴 예정이다.


열품타로 확인해보니 첫 CMA 공부는 3/8일이었다. 3월 동안 52시간 46분, 4월 동안 63시간 20분, 5월 동안 55시간 37분을 공부했다. 총 174시간 43분이다. IMA 권장 학습 시간은 150시간. 2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 한 것 같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고 다행히도 첫 시험은 한 번에 통과했다. 이후 2번째 시험도 칠 계획이었기에 시험을 등록했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면서 스케줄이 꼬였다. Testing window는 6월까지 지만 이전에 검색했을 때는 7월에도 자리가 있어서 조금 기다려 보았는데, 한국에는 센터가 없어서 7월은 시험 자리가 꽉 차있어서 그대로 시험 기회를 날렸다. 그래서 장학금으로 지급받은 무료 시험 기회도 날렸고, 그 덕에 40만 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고 두 번째 시험을 예약했다. 시험 계획이 있는 분들은 미리 해두는 것을 매우 추천.


이번 시험은 9/2에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9월 동안 20시간 08분, 10월 동안 30시간 13분, 11월 동안 14시간 41분, 12월 동안 27시간 11분, 1월 동안 72 시간 44분 (ㅋㅋㅋㅋㅋ)을 공부했으며, 총 164시간 57분을 공부했다. 이렇게 보니까 나도 참 대단하다. 닥치면 열심히 하는 그 습관은 여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1월 동안은 고3 수험생 (보다는 아니지만) 같았던 것 같다. 물론 이번 시험은 솔직히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활동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TMI로 시험은 두 섹션으로 나뉜다. 첫 3시간은 100문제 multiple choice, 두 번째 1시간은 크게 2개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 섹션. 첫 번째 파트에서 50% 이상 문제를 맞혀야만 두 번째 섹션으로 넘어간다. 문제를 풀면서 사실 조금 망했다 싶었는데, 그래도 에세이 문제를 볼 수 있어서 약간 눈물이 났다. 반 타작은 넘었다고 본인을 위로하며 나머지 에세이도 작성했던 기억)


마냥 놀지는 않았구나라고 나 자신을 다독였고, 또 너무 죄책감 가지지 않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실 처음에 이 시험을 공부하면서 내가 무언가 꾸준히 학습하는 것만으로도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더욱 건강하지 않은 생활을 했었을 것 같다. 무언가 할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 계획을 짜고 내가 짠 계획을 실행해야 마음 편히 잘 수 있기에, 나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 게 나를 더욱 지치게 하는 것 같다. 이게 내 커리어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고민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떠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내겐 혼자 힘들었던 미국 생활을 어떻게든 지탱할 수 있었던 요소였다.


주변에서 무슨 시험 치냐고 물어볼 때마다 CPA가 아니라... CPA랑 어떻게 다르냐 하면... 이라며 장황한 설명을 하다 지치기 마련이었고, 그럴 때마다 이런 시험을 치는 게 도움이 될까 걱정이 다시금 들었다.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았다. 내 돈 주고 내가 친다는데 뭐 어쩌겠어! 이번 시험 결과를 보고 Part 2에 떨어지면 다시 쳐볼지는 한 번 고민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유예기간이라 생각하고 잠시 이 자격증에 대한 걱정, 고민, 기대는 모두 접기로 했다.


쓰다 보니 장황하고, 두서도 없고, 영양가도 없진 않지만 많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지만 진지만 한건 아니고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내가 열정적으로 시간을 쏟아부은 첫 자격증 시험에 대해서 기록하고 싶었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노션에도 정말 열심히 내용 정리도 했고, 풀 수 있는 문제는 다 풀어 본 것 같다.

노션으로 정리한 Part 2 내용

앞으로 어떤 자격증, 어떤 공부를 더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번 자격증을 공부하며 느꼈던 점들이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수고 많았습니다!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


01.14.22 서울, 얼었던 한강, 추운 날. 시험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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