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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Dec 28. 2023

정신분석을 소개합니다 (1)

힘겨운 비극에서 견딜만한 불행으로

  정신분석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정신분석이란 인간의 행동들이 어떠한 정신적 요소에서 기인하는지 알아가기 위해, 한 사람의 의식부터 무의식까지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우울, 불안과 감정부터 사소한 말실수까지 원인을 찾아가며 내면의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아보셨던 분들도 정신분석은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도 그럴 것이 정신분석은 태생부터가 비주류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적 방식의 정신분석을 받는다면 주 5회, 1회당 45분 정도로 면담을 하게 됩니다. 만약 좀 더 접근성이 좋게 변형된 정신치료(상담치료)를 받는다 해도 최소 주 1~2회, 1회당 45분 정도의 면담을 하게 돼요. 그래서 약물치료에 비해 비용이 적지 않게 소모됩니다. 정신분석 치료자들도 종종 다른 치료자에게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치료자가 받는 정신분석을 개인분석이라고도 하는데요, 부끄럽지만 저조차도 시간적 비용 문제로 아직 개인분석을 받지 못했습니다. 새해에는 개인분석을 꼭 받아볼 생각이지만요.


  부끄러운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정신과 전문의지만서도 정신분석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정신분석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근무 시간 외에 전공서적을 읽거나 학회에 참석해야 했는데,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레지던트로서는 쉽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은 늘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생기면 레지던트 시절에도 우선적으로 공부하려 했고, 지금도 정신분석 이론을 계속 공부해가고 있습니다. 애초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정신분석을 공부하며 책을 쓰고 싶어서였거든요. 사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 자체도 제게는 이전부터 이루고 싶었던, 사심 가득한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저는 음식을 미식가만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합니다. 그래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요. 정신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제가 경험이 많지는 않을지라도 정신분석은 만날수록 참 매력 있는 학문이라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맛이 없어 보일지라도 어느샌가 계속 찾게 되는 음식 같았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단, 음식을 소개할 때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도 정신과 전문의인지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전달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공부를 하고 근거가 명확한 내용들 위주로 전달드리고 있어요. 그러니 조금은 안심하시고 정신분석을 한 번 맛보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이 정신분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정신분석은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저처럼 푹 빠진 사람들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정신분석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이론을 통해 인격의 성숙을 돕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정신분석의 목적을 정의 내렸습니다.


 정신분석의 목적은 신경증적인 비극(neurotic misery)을 보통의 불행(common unhappiness)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버티기 힘겨운 비극으로 느껴지는 일을, 다른 사람은 견딜 수 있는 평범한 불행으로 여기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차이는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한 내적 갈등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내적 갈등을 해소해 온 성숙한 사람은 평범한 불행을 평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별 거 없어 보이실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삶에서 의외로 중요한 일입니다. 세상에서 불행한 일이 없다면 가장 편한 일이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불행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불행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의 성격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정신분석의 역할입니다. 정신분석을 통해 우리는 불행을 줄이며 행복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정신분석의 매력을 하나만 더 소개하려고 합니다. 정신분석은 우울장애, 불안장애를 겪는 분들처럼 일상생활에 뚜렷하게 문제가 있지 않아도, 삶이 주는 고통이 고민거리인 분들에게도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는 언젠가는 불행해집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불행을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단순한 감기는 약을 먹지 않아도 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필요할 때면 감기약을 찾습니다. 폐렴과 같은 심각한 질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감기는 우리 생활에 고통을 주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일지라도,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순간에 정신분석이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신분석이론들이 정신과 진료실 밖으로도 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들 하나쯤은 어깨에 지고 있으실, 삶이 주는 무거움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신없이 다른 글을 쓰다가, 막상 여러분께 정신분석을 제대로 소개해드린 적이 없었다는 생각에 이번 글을 먼저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2부작이네요. 1부에서 정신분석의 매력에 대해 소개를 드렸는데요, 2부에서는 정신분석적 치료가 어떻게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다음편 링크입니다.

https://brunch.co.kr/@warmsmallroom/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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