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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Dec 29. 2023

정신분석을 소개합니다 (2)

정신분석의 치료효과 모델, 그리고 글을 쓰는 이유

  1부에서 정신분석의 매력에 대해 소개를 드렸는데요, 2부에서는 정신분석이 우리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1부는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혹시 정신분석에 관심있으시다면 1부도 함께 보시면 도움되실 거에요 :)


https://brunch.co.kr/@warmsmallroom/20




  결국 정신분석은, 우리들이 살다보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삶의 고통을 줄여줍니다. 그러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삶의 고통을 줄여주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정신분석가 아놀드 쿠퍼가 제시한 치료효과 모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게요.


  첫 번째는 통찰과 해석에 의해 치료되는 모델입니다. 치료자는 자유연상을 통해 내담자의 마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고(통찰), 그것을 내담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알려줌으로써(해석) 내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쉽게 말해 나의 마음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비슷하죠.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대상은 늘 불안하게 다가옵니다. 반대로 말하면 실체가 분명해지면 덜 불안해하며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 되겠죠. 그래서 현재 느끼는 괴로움의 실체를 통찰을 통해 알게 된다면, 다음 번에는 좀 더 여유롭게 불행에서 행복으로 나아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정신분석이 주는 치료적 효과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말 '이성'적으로 이해시키는 것만으로 불편한 '감정'을 동반하는 내적 갈등이 해소가 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등장한 두 번째는,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성장에 의해 치료되는 모델입니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전이라는 개념을 먼저 설명드려야 할 것 같아요.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느끼는 감정을 전이(transference)라 합니다. 이 감정은 내담자-치료자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맞지만, 한편으로는 내담자가 과거에 중요인물에게 느껴왔던 감정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이가 정신분석에서 워낙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따로 A의 예시를 들어볼게요.


  A는 어렸을 때부터 가혹한 어머니로부터 자주 시달리며 분노를 경험하곤 했습니다. A는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사람들은 가혹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지요. 성인이 된 A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혹하다고 느끼며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합니다.
  그런 이유로 정신분석을 시작하게 된 A지만 치료자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가혹한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A는 분석 초기부터 치료자의 태도에서 화가 났고, 매주 1시간씩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갈 수록 치료자에게 점차 화가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A는 분석이 진행되면서 공감적인 치료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치료자는 어머니와 다른 사람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이전부터 느껴왔던 분노감이 줄어듭니다. 이제 A는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덜 불편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A는 가혹했던 어머니(중요인물)에게 받은 상처가 컸고,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자신에게 가혹할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는 치료자도 예외가 될 수 없었죠. A는 치료자도 가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분노를 표현합니다. 이때 A가 치료자에게 느꼈던 분노가 전이입니다. 이처럼 전이는 내담자가 치료자에게 느끼는 현재의 감정이자, 내담자가 중요인물에게 느꼈던 과거의 감정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A가 부정적 전이(분노)를 해소하면서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처럼, 전이는 정신분석의 치료효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전이는 치료적 관계(내담자-치료자 간의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전이를 통한 치료적 효과는 결국 치료적 관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두 번째 치료효과 모델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중요한 설명 중 하나입니다. 중요한 설명 중 하나라고 말씀드린 것은 전이 외에도 인격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 더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선 여기에서는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할게요. 두 번째 모델은 첫 번째 모델보다는 감정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었고, 프로이트 이후에 현대에 이르기까지 점차 강조되어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두 모델이 공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분석이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지요. 이성적인 사람이 있고 감정적인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정신분석도 내담자에 발맞추어서 움직이며 최적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이 부분이 정신분석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론을 제공해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니까요.


  앞서 설명드린 치료모델들을 이해하셨다면, 정신분석에서 왜 치료자가 필요한지도 이해하신 분이 있으실 것 같아요. 치료자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정신분석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내담자에게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치료적 관계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내담자의 인간적 성숙을 돕기 위함입니다.


  제 글이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의미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치료자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역할처럼 여러분께 통찰력(insight)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만약 두 번째 역할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공간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마음을 살펴보는 능력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분명 삶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이 좀 더 편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리고 아쉬움이나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곳곳에 계신 정신분석가 선생님들께서 두 번째 역할까지 잘 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이 때 제 글이 정신분석으로 가는 마음의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춰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정신분석과 함께, 마음 산책을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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