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거리두기란 무엇인가
정신과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진단기준인 DSM-5에서는 대인관계 자체의 장애는 다루지 않고 있어요. 대신 대인관계를 성격의 한 요소로 설명하고 있고, 성격의 장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어요.
<DSM-5에서 제시하는 성격 장애의 진단기준 중에서>
1. 개인이 속해있는 문화에서 기대되는 모습으로부터 현저하게 편향되어 있다.
2. 사회 상황의 전 범위에서 유연하지 못한, 경직된 모습을 전반적으로 나타낸다.
3.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뚜렷한 문제가 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어요. 편향되고, 경직된 성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뚜렷한 문제가 생긴다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지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아까 전에 대인관계가 성격의 한 요소라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성격과 동일한 기준을 통해 우리의 대인관계를 돌아볼 수 있어요. 지나치게 독립적이지도 않고, 지나치게 의존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해요.
이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살펴볼까요? 사회적 거리두기는 의존보다는 독립으로 치우친, 경직된 대인관계를 우리에게 요구했어요. 결국 우리는 건강하지 못한 대인관계를 겪어야만 했어요. 중요한 경조사조차도 서로 모이지 못해서 슬픔과 기쁨을 나누지 못했어요. 이처럼 독립이 필요할 때는 독립하고, 의존이 필요할 때도 독립을 하도록 했죠. 코로나 바이러스가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의 신체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구성원 중 한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더 많은 고통을 겪어야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어요. 다시는 이런 전염병이 유행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혹시나 다시 한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되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 모두 신체건강 외에도 마음건강도 함께 살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여담일 수도 있었겠지만 코로나 대유행 때처럼 우리가 너무 힘들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들 힘들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건강하게 지내려고 했던 사람들이 기억에 남아있어요. 바로 줌(zoom)과 같은 비대면 프로그램을 통해 송년회를 보내는 사람들이었어요.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웃프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뀐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인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 같아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이처럼 상황에 따른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대인관계가 우리의 삶에 참 중요해요.
결국 의존적인 사람이냐, 독립적인 사람이냐에 따라서 누가 더 성숙한 사람인지 알 수 없어요. 오히려 의존적인 사람인지 독립적인 사람인지 모를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 성숙한 사람인 경우도 많아요.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고민이 많으신 분들이 많은 실 텐데, 이번 글이 도움이 되실 수 있기를 바라요.
당신의 개인적 거리두기는 건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