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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Jan 10. 2024

마음이 힘들 때는 결정도 힘들어요 (1)

부정적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인생을 살다 보면 중요한 선택을 해야 되는 순간들을 맞이해야만 해요. 이때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의외로 감정이 주는 영향이 크답니다. 안정적인 감정상태일수록 최적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반대로 우울,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클 때는 평소보다 좋지 못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자주 하곤 합니다.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중요한 결정은 미룰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렇잖아도 고민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에 있는데, 정신과 의사들은 왜 결정을 미루라는 말을 하는 걸까요? 그만큼 의사결정을 할 때 감정이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우울과 불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적의 선택을 방해하는지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우울한 경우를 설명해 볼까 해요. 대표적인 우울장애인 주요우울장애의 진단 기준에서 드러나듯, 우울한 감정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 중 일부, DSM-5>

A. 다음 증상 가운데 5개(또는 그 이상) 증상이 연속 2주 기간 동안 지속되며, 이러한 상태가 이전 기능으로 부터 변화를 나타내는 경우; 증상 중 적어도 하나는 (1)우울한 기분 또는 (2)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어야 한다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낌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5번 항목의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어색한 표현으로 다가오시는 분들이 많을거에요.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정신 및 행동이 초조하거나 느려져있다는 뜻입니다. 정신이 초조하거나 느려진 경우 건강한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정신운동이 초조해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몸이 초조할 때 팔다리를 덜덜 떨면서 체력을 낭비하듯, 마음도 초조할 때도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정신적인 에너지가 낭비돼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발표할 때 많이 긴장하는 A씨를 예로 들어볼게요.


  A는 발표를 할 때마다 불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A씨는 한 번이라도 발표를 실패하게 된다면 모든 직장사람들이 나를 한심하게 볼 것 같다는, 부정적이고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인해 힘겨워합니다. 결국 정신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A의 발표는 당연히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정신운동의 초조로 인해 A씨는 발표를 하기도 전에 이미 정신력이 많이 낭비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막상 발표할 때 A씨는 평소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가 없었어요. 이처럼 정신운동 초조는 정신력을 소진시켜 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방해해요. 의사결정도 발표처럼 많은 정신력을 요구하는 활동이에요. 특히 중요한 결정이라면 당연히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더 많은 정신력을 요구하게 될 거에요. 따라서 초조한 마음으로 인해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결정을 하게 된다면, 결과가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정신운동의 지연은 생각의 속도를 지연시켜요. 그래서 외부의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져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멍한 상태가 생각의 속도가 거의 0인 상태에요. 이때 의미 있는 사고활동을 거의 할 수 없듯이, 생각의 속도가 지연된 상태에서는 잠깐이면 끝날 고민도 길게 생각할 시간을 필요로 하게 돼요. 그래서 정신운동이 지연된 상태에서는 우리 뇌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도 어렵고, 어떤 정보가 신뢰할 만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어렵고, 종합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어려워요. 그래서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잘 정리되지도 않고 결론이 잘 나오지도 않아요. 이런 경우에는 정신운동의 속도가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보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위한 길일 수가 있어요.





2부는 아래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오늘도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

https://brunch.co.kr/@warmsmallroom/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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