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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Jan 11. 2024

마음이 힘들 때는 결정도 힘들어요 (2)

부정적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이전의 글에 이어서 바로 글을 시작하려고 해요. 이전의 글은 바로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s://brunch.co.kr/@warmsmallroom/27


  1부에서 올렸던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을 다시 올려둡니다. 읽을 때 도움되시면 좋겠습니다 :)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 중 일부, DSM-5>

A. 다음 증상 가운데 5개(또는 그 이상) 증상이 연속 2주 기간 동안 지속되며, 이러한 상태가 이전 기능으로 부터 변화를 나타내는 경우; 증상 중 적어도 하나는 (1)우울한 기분 또는 (2)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어야 한다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을 느낌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




  주요우울장애의 진단기준 중 7번 항목에서 설명하는 무가치감, 과도한 죄책감도 판단력을 저하시킬 수 있어요. 무가치감은 말 그대로 자신의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고, 과도한 죄책감은 현실보다 지나치게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는 것이에요. 진단기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우울해지면 나도 모르는 새에 무가치감과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우울하면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기 쉬워지는데, 자신을 바라볼 때도 예외가 될 수 없어요. 그래서 우울한 사람들 중에서는 스스로를 향한 시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무가치감과 죄책감은 얄미울 정도로 서로 튼튼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내가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 죄책감을 느끼기 쉬워요. 마찬가지로 내가 잘못했다고 느끼면 무가치감을 느끼기 쉬워요. 이런 이유로 무가치감과 죄책감의 악순환이 있다면 이를 끊어내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요.


  이렇게 공생하고 있는 무가치감과 죄책감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어요. 평소에 너끈히 해낼 수 있는 일조차 정말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선뜻 말하기가 어려워져요.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외부 환경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어 있는 상태거든요. 앞에서 설명했듯이 중요한 결정일수록 소모해야 할 정신력이 많을 텐데, 이미 남아있는 힘이 없어요. 결국 마음의 안팎에서 함께 다가오는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적절한 결정을 하지 못하게 돼요.


  다음으로 8번 항목에서 나오는 사고력, 집중력의 감소도 결정을 방해해요. 우울하면 몸이 무기력해지듯, 우울하면 생각도 무기력해져서 사고력과 집중력이 제 힘을 낼 수가 없어요. 판단력에 많은 정의들이 있겠지만, 정신의학에서 판단력이란 자신이 행동한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힘을 말해요. 정신적으로 안정된 사람들도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종종 있듯이, 행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행동의 결과를 미리 예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판단력은 인지기능 중에서도 수준이 높은 기능(고위기능)에 속하고 그만큼 많은 정신적인 자원을 요구해요. 적절한 판단을 위해서는 고위기능인 판단력이 필요할 텐데, 이미 우울해서 인지능력이 저하된 상태라면 평소에도 어려운 판단이 더욱 쉽지 않겠죠. 정신운동의 초조와 지연에서 오는 판단력의 저하와 비슷한 맥락이에요.


  다음은 불안할 경우를 설명하려 하는데 사실 앞서 설명드린 부분들과 많이 중복되는 내용들이에요. 불안장애 중 대표적인 장애인 범불안장애의 DSM-5 진단 기준에서는 안절부절못함과 주의집중력의 곤란이 포함되어 있어요. 안절부절못함은 정신운동성 초조와 비슷하고, 주의집중력의 곤란은 사고력, 집중력의 감소와 비슷해요. 그래서 불안할 때는 정신운동성 초조와 사고력 및 집중력의 저하에서 오는 판단의 어려움들이 있다고 이해하셔도 무방해요. 


  우울하면 불안해지고 불안하면 우울해지는 것이 당연한 사람 마음이라서, 우울과 불안은 각자 겪는 어려움들이 서로 많이 겹쳐요. 그래서 의사결정에서도 비슷한 어려움들을 겪고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결국 이번 글은 우울과 불안으로 나누어서 이해하시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일 때 이런 결정의 어려움들이 있다고 이해하시는 것이 편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부정적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들을 살펴봤어요. 중요한 결정들을 하실 때 나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함께 고려해 보신다면, 보다 좋은 선택을 하실 수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있을 선택들에서 최선의 결과들이 있을 수 있기를 응원할게요.




결정이 힘들 때,
혹시 마음도 힘들지는 않은지 살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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