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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Jan 09. 2024

가끔씩은 삶의 속도를 살펴보아요

상대속도에만 매몰되면 생기는 위험들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가 제가 달리고 있는 속도에 놀란 적이 있어요. 함께 달리는 차들이 느린 것 같아서 한 차례 추월했을 뿐이고, 그렇게 빨리 가고 있다고 느끼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제 차의 속도 계기판을 쳐다보니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더라구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놀랐지만 우선 브레이크를 밟아 평소에 운전하는 익숙한 속도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괜히 속도계를 평소보다 자주 쳐다보면서 운전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이 일이 있었던 이후로 저는 자신에게 아래 문장과 같은 질문을 종종 했어요.


왜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내고 있었을까?


  사람들마다 과속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앞에 있는 차를 추월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면서 속도를 냈던 것이 컸다고 생각해요. 달리 말하면 상대속도에만 신경을 쓰면서 운전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상대속도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상대속도란 관찰하는 사람이 체감하는 대상의 속도에요. 


  상대속도를 계산할 수 있는 예를 한번 들어볼게요. 제가 시속 90km로 운전하고 있을 때, 같은 방향으로 시속 90km로 달리는 자동차 A가 있어요. 그러면 관찰자인 저는 자동차 A의 속도를 어떻게 느낄까요? 똑같은 방향, 똑같은 속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저와 자동차 A 사이의 거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요. 그래서 제게는 자동차 A의 상대속도가 0이 되고, 제가 보기엔 자동차 A가 멈춰있는 것처럼 보여요.


  이 설명에서부터 상대속도에 매몰되면 생길 수 있는 위험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제가 관찰했을 때 자동차 A가 멈춰있다고 해서, 자동차 A가 실제로 정지해 있는 상태가 아니거든요. 자동차 A는 여전히 쉬지 않고 시속 9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어요. 실제의 크기와는 다르게 보이는 착시효과처럼, 실제의 속도와는 다르게 제가 착각했을 뿐이에요. 이 착각은 내가 시속 130km로 달리든, 시속 180km로 달리든 상관없이 늘 존재해요. 그래서 주변의 차들과 비교하기만 하며 운전한다면 내가 얼마나 위험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상대속도에만 신경 쓰는 운전은 위험해요.


  물론 상대속도만 고려하는 운전을 하면서도 사고가 안 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어요. 정말 사고가 없으니 안전한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걸까요? 저는 그런 분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속도까지는 빠르게 달려봐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속도를 올려보고 싶은 욕심을 낸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기에 주의가 필요해요. 안전하다고 느끼는 속도를 초과해서 달리게 되면 우리의 몸은 자연스럽게 긴장을 하게 돼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핸들을 꼭 붙잡기 위해서 온몸의 근육이 굳고, 혹시나 모를 사고의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눈에도 힘을 줘요. 그러다 보면 심장박동과 호흡수도 빨라지면서 마음도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져요.


  위의 변화들은 과속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몸과 마음의 변화들이에요. 하지만 과속하고 있는 중에는 이런 부정적인 변화들을 알아채기가 참 어려워요. 속도를 내는 만큼 더 빠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해져서 마음이 급해지거든요. 그래서 나의 건강을 챙기는 것보다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에 급급해져요. 그래서 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가도 알아채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돼요. 이 상태로 목적지에 도착해 봐야 이미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마주할 거예요. 목적지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출발했을 텐데, 막상 도착했을 때 너무 지쳐있어서 그간 꿈꿔왔던 것들을 제대로 해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노력해 온 것들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운전할 때 내가 적당한 속도를 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미 눈치를 챈 분들도 있겠지만, 이번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의 인생이 나아가는 속도도 종종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운전도 결국 삶의 일부라서 이번 이야기는 우리네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다 보면 나보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특히 요즘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어서 더욱 자주 비교하는 일이 생겼어요. 물론 서로의 삶을 비교하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에요. 자기 계발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상대속도에만 몰두된 삶이 잃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해요. 뒤처지는 것 같은 초조함에 빠져있다 보면 우리의 건강이 얼마나 안녕한지 알 수 없고, 우리가 실제로 이루어낸 것들조차 사소한 것으로 여기기 쉬워요. 그래서 는 길이 급하시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속도를 내고 있는지 가끔씩은 돌아보실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시면 좋겠어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듯이요.



행복을 위해 나아가는 거라면,
가끔은 속도계도 살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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