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꿈 발표
시간이 기억난다.
반 친구들 앞에 서서
이다음에 사슴농장을 갖고 싶다고,
넓은 땅에서 사슴과 개 말 양 같은
동물들을 키울 거라고 발표했다.
지금 생각하면
웬 농장이냐 싶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알겠다.
그때의 나는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살고 싶었다는 걸.
어쩌면 살면서 말한 꿈들 중
가장 솔직하고
꿈 다운 꿈일지도 모르겠다.
내 꿈은 항상 어떤 시선에 영향을 받았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아빠가
좋아할 만한 직업을 꿈꿨고,
자라면서는 친구들과 선생님, 사회에
걸맞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그림에 있어서도
내 기준에 부합하는 멋진 모습은
어딘가 있어 보이고, 남들에게
잘나 보일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내 그림도 내 삶도 점점 산으로 갔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그리고
남들이 멋있다고 느낄 만한 것을 고민했다.
내 그림이 아닌 그림을 수없이 그렸다.
매일매일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고
그리는 게 더 이상 즐겁지 않아서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에게 꿈은 직업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관한 거라고
직업이 아닌 삶의 모습을 꿈꾸라고 가르치면서
그 말을 내 삶에 적용하지 못해서 괴로웠다.
내 말을 내 삶에 실천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제주도로 가겠다 마음을 먹고
훌쩍 떠나 왔다.
도시를 떠나 자연 가까이
살게 된 지 1년 남짓,
내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길을 찾았다는 느낌도.
그리고 여전히 어떻게 살고 싶은지
꿈을 찾아가는 중이다.
2022.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