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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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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나온 Oct 15. 2022


고등학교  발표

시간이 기억난다.


반 친구들 앞에 서서

이다음에 사슴농장을 갖고 싶다고,

넓은 땅에서 사슴과    같은

동물들을 키울 거라고 발표했다.


지금 생각하면

 농장이냐 싶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알겠다.

그때의 나는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 살고 싶었다는 걸.


어쩌면 살면서 말한 꿈들 

가장 솔직하고

 다운 일지도 모르겠다.


내 꿈은 항상 어떤 시선에 영향을 받았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아빠가

좋아할 만한 직업을 꿈꿨고,

자라면서는 친구들과 선생님, 사회에

걸맞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그림에 있어서도

내 기준에 부합하는 멋진 모습은

어딘가 있어 보이고, 남들에게

잘나 보일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내 그림도 내 삶도 점점 산으로 갔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그리고

남들이 멋있다고 느낄 만한 것을 고민했다.

내 그림이 아닌 그림을 수없이 그렸다.


매일매일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고

그리는 게 더 이상 즐겁지 않아서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에게 꿈은 직업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지 관한 거라고

직업이 아닌 삶의 모습을 꿈꾸라고 가르치면


그 말을 내 삶에 적용하지 못해서 괴로웠다.

내 말을 내 삶에 실천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제주도로 가겠다 마음을 먹고

훌쩍 떠나 왔다.


도시를 떠나 자연 가까이

살게 된 지 1년 남짓,

내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길을 찾았다는 느낌도.


그리고 여전히 어떻게 살고 싶은지

꿈을 찾아가는 중이다.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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