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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섬 Oct 17. 2024

[단편소설] 네가 여행을 떠난다면 13

어느 날, 제주도에 여행을 떠난이들에게 일어난 환상적인 세가지 이야기

 세번째. 여행을 만드는 책 _ 4



 보세요.

 지금 제가 살아있는 걸 느끼는데

 이게 현실이 아니면 뭐에요?일어난 환상적인 세가지 이야기



 “안돼! 위험해!”


  다윤은  빛의 속도로 달려가 강아지를 잡아채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놀란 강아지는 낑낑거리며 멀리 뛰어가 버렸다. 홀로 들판에 나뒹굴어 있는 다윤에게 장 이사가 달려왔다.

  “아니 다윤씨! 병원에 다녀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몸을 던져 강아지를 구하다니!”

  장 이사는 다윤이를 부축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리고 갑자기 어디서인지 사람들이 몰려와서 다윤을 둘러싸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세요!”

  “영웅이세요!”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정의롭기까지!”

 “저 아름다운 여자가 몸이 성치 않은데도 강아지를 구하러 몸을 던졌대.”

 차에 치일 뻔한 강아지 한 마리를 구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반응은 과도하게 높아져 있었다.


 장 이사는 다윤을 번쩍 들어올려 길을 걸어 나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길을 터주고 박수를 쳤다.

 흡사 영화 보디가드에서처럼 케빈 코스트너에게 안겨 나오는 휘트니휴스턴 같았다. 다윤을 카페 의자에 앉히고 장 이사는 다윤이가 어디 다친 데가 없는지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앉아 다윤의 잘못 신은 구두를 다시 신겨주고 몸에 붙은 나뭇가지와 풀을 떼어 주었다. 사람들은 계속 다윤을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사람들이 너무 관심 가지니 쑥스러워요.”

 장 이사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요. 이 세상에서 강아지를 구하는 일이란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다윤에게 다가와 수줍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얘기했다. 얼마 뒤 어떻게 알고 왔는지 기자도 몇몇이 찾아와서 짧게 인터뷰까지 했다.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었고 이제 그들을 피해 그만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장 이사와 함께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다윤을 환영했다. 꽃다발까지 안겨주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 다윤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장 이사가 이끄는 곳으로 갔다.


 큰 연회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후레쉬가 터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강아지를 구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저 같으면 그런 용기를 내지 못 할 거예요. 대단하세요!”

 “장성준 이사와는 어떤 관계이신가요?”


 다윤은 처음에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했지만, 샴페인 한두 잔을 마시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상황이 적응이 되었다.  허세를 첨가해 강아지를 구한 스토리를 과도하게 부풀려 이야기를 했는데 눈물을 흘리며 듣는 이도 있었다.

 장성준 이사와의 관계도 큰 이슈인 듯 했다. 다윤은 단지 우연히 만난 사이라고 항변을 했고, 장 이사는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해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파티에서 즐겁게 지내다가 하룻밤이 어떻게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잠이 들었던 다윤은 다음날 스위트룸에서 잠에서 깼다. 어제 벌어진 일들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넓은 스위트룸 숙소의 창가로 늦은 아침의 따스한 햇빛이 스며들어왔다. 벌써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실의 테이블에는 어느덧 룸서비스로 배달된 커피와 브런치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신문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보였다.


 [몸을 내던져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구한 여인] 

타이틀에 깜짝 놀라 신문을 크게 펼치고 다시 보았다.


 누가 봐도 본인이 꽃다발을 들고 박수를 받는 모습이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뭔가 과도하게 칭찬을 받고 영웅이 되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꿈인 것만 같은 현실을 계속 살고 싶었다. 이 현실을 붙잡으려면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 건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모레책방에서 책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깨어날지 모를 이 꿈을 붙잡기 위해 뭘 해야 하는 것일까. 다윤은 망설이다가 급하게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는데 때마침 장 이사와 마주쳤다.

 “다윤씨, 신문 봤죠? 지금 다윤씨에게 관심이 엄청나요. 온갖 인터넷과 SNS에서는 다윤씨가 강아지를 구출한 걸 봤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고요. 유튜브에는 강아지를 구출하고도 겸손한 다윤씨의 동영상까지 올라왔어요. 더구나 다윤씨가 아름다워서 더욱 더 관심을 가지나 봐요.”


 “예. 그렇지만 너무 이상해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뭐가요? 강아지를 구출하는 게 영웅이 되는 게 이상한 건가요? 당연한 거잖아요.”

 “만약 그렇다면 길에 떠도는 강아지들을 구조하고 돌봐주는 사람들은 나라에서 상까지 주겠네요.”

 장 이사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작은 모텔을 운영하시던 제 부친께서 3년 전 길에 떠돌던 들개 가족을 구해서 나라에서 큰 상을 받았어요. 덕분에 사업도 번창해서 이 호텔까지 지었고요.”

 장 이사의 말에 다윤은 지금 여기가 자신이 여태껏 살아온 세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행복한 하루였는데 아픈 환자인 상태로 돌아가야하는 게 현실이라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니까 지금 제가 있는 이 세상은 희한한 곳이군요.”



5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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