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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May 21. 2019

멸종위기종

옛날 글 털기 - 2 | 흰코뿔소를 그리워하며

https://www.youtube.com/watch?v=Z-tTmSY4m4M&feature=youtu.be


*     


안녕! 잘 지내요?     


여기는 북극이에요. 해마다 따뜻해지기는 하는데,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단 기온이 훨씬 낮아요. 다행인 일입니다. 지금은 북극곰 개체수를 조사하고 있어요. 사흘째, 간신히 한 마리를 발견해 추적기를 달았는데, 크기로 보아하니 막 독립한 새끼 같더군요. 비쩍 말라 안쓰러웠어요. 빙하가 계속해서 녹고 있어서, 행동반경이 갈수록 제한되고 있습니다. 먹이도 구하기 힘들고, 헤엄을 치다 탈진해 빠져 죽기도 해요. 당연히 개체수도 줄어들 수밖에요.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이 뭔지 아세요? 밀렵이라구요? 아니에요. 서식지의 파괴가 가장 크죠. 지구온난화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고 있구요.      


EW : 야생 절멸 (Extinct in the Wild)     

CR : 위급 (Critically Endangered)     

EN : 위기 (Endangered)     

VU : 취약 (Vulnerable)      

NT : 준위협 (Near Threatened)     

LC : 약관심 (Least Concern)      

DD : 자료 부족 (Data Deficient)     

NE : 미평가 (Not evaluated)     


IUCN에서는 위와 같이 등급을 나눈 적색 목록을 만들어요. 50년 넘게 대략 8만종 정도 등록해 뒀죠. 북극곰은 어디쯤에 있냐구요? 몇 년 전만 해도 ‘취약’이었네요. 지금은 ‘위기’구요. 다른 종들에 비하면, 그래도 아직 괜찮은 편이에요. 일몰 전에, 조금만 더 추적을 해 보고, 캠프로 돌아갈 듯 싶어요. 가끔씩은 현장에 나와 줘야죠. 사실 가능한 많이 나오고 싶지만, 워낙 일이 많아서요. 잠시만요, 밖에서 동료가 부르네요. 신호를 잡았나 봐요, 아마 예전에 달아 뒀던 놈 같은데, 암놈이었거든요, 새끼와 함께 있을지도 모르니까.      


*     


왜, 이 일을 택했냐고 언젠가 물어본 적이 있었죠. 흠,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대답해 준 적이 없었군요.      


*     


케냐에서 마지막 북부흰코뿔소가 죽었어요. 바로 어제요. IUCN에서는 침통한 분위기로 목록을 수정했습니다.      

‘절멸’.      


18년까지는 세 마리가 남아 있었어요, 수컷 ‘수단’과, 두 암컷 ‘파투’와 ‘나진’. 이미 건강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던 수단이, 그해 겨울 45년의 삶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고(오른쪽 다리의 감염이 심했어요) 상심했는지 파투도 곧 뒤를 이었습니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죠, 체외수정 프로젝트에 예산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었는데, 아예 가능성마저 사라져 버린 거니까요. 다행히 미리 채취해 둔 정자가 냉동 상태로 보존되어 있긴 했는데, 뭐, 잘 되지는 않았네요. 그리고 얼마 전, 나진도 밀렵꾼에게 당해 버렸어요. 경비가 뒷돈을 받았대요. 황당하지 않나요? 온 세계의 관심이 지구상의 마지막 북부흰코뿔소에 쏠려 있었어요, 온 세계의 눈이.      


어쩌면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까지 세상이 주목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     


옛날이야기를 하나 할까봐요. 평생을 술과 담배로 연명하신 – 말 그대로예요 – 저희 할아버지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기인이셨던 분입니다. 툇마루라고 아세요? 요새는 다들 아파트에 살아 모를 텐데. 방과 부엌을 연결하는, 좁디좁은 통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드르륵, 왼편의 미닫이문을 열면 바로 시멘트를 바른 마당이 보이죠. 오른쪽의 장지문을 밀면 안방이 나오고요. 할아버지께서는 평생을, 적어도 제가 알기론, 그 툇마루를 제외한 그 어떤 공간에서도 주무신 적이 없어요. 여름이건, 겨울이건 간에. 제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세월 앞에 무섭게도 닳아 버린, 그을리고 주름진, 괴팍한 노인이었습니다.      


할머니와는 거의 말 한마디 하지 않으셨습니다. 가끔 말을 주고받을 때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꼭 싸우는 것 같아 무서웠어요. 할머니는 안방에서, 할아버지는 툇마루에서. 오랜 이야기죠, 경상도, 경주 최가 집성촌, 양반 가문. 아버지 증언에 따르자면, 할머니는 평생을 희생하며 사셨어요. 할머니는 명절을 제외하면 할아버지와 같은 자리에도 잘 앉지 않으셨습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으시던 할아버지께서는, 결국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중학생 때였을 거예요. 꽃상여가 할아버지의 시신을 싣고 온 동네를 굽이굽이 돌아 마을 어귀로 나갔습니다. 흐느끼며 행렬을 따르던 할머니께서 마침내 무너지셨어요, 당신이 가면 내가 어떻게 사느냐고, 상여를 붙들고 꺼이꺼이 통곡하셨습니다.      

어린 제게는 그것이 너무도 충격이었어요. 도대체 왜, 하는 질문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서러움 같은 것이 목구멍을 치달아 올랐어요. 짐승처럼 울부짖는 할머니를 보면서요. 울분이었을까요, 그리움이었을까요, 그걸 한이라고 하는 걸까요.     


나중에 아버지에게 조심스레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마저도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난 뒤에 일입니다만. 대체 할머니께선, 왜 그때 그렇게 서럽게 우셨을까, 하고요. 경멸 섞인 목소리로,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저주했습니다. 너희 할머니만큼 똑똑한 사람이 없었다, 시대가 시대고 또 여자라서 그랬지, 학교도 못 가고, 요즘 세상에 태어났으면 정치도 하셨을 텐데. 느그 할아버지 같은 인간한테 시집 와서 평생을 억압받고 희생하면서 사셨어. 경상도가 특히 그렇거든, 여자가 남편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못 받아요. 그래서 그렇게 우셨던 거지.      


그랬을까요,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지나간 세월이 야속해서, 그리워서, 그리도 우셨을지도 모르겠어요.      


*     


경비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케냐를 떠난지 꽤 됐고, 아직 연락이 들어오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어요. 사라진다는 일은 멈추지 않아서, 한곳에 머물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거든요. 다만 밀렵꾼이 벗겨낸 나진의 가죽이, 돌고 돌아 언젠가는 돌아왔으면 해요. 그렇게라도 기억될 수 있었으면, 제가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주름진, 깊고 검은 눈동자가, 그윽하고 다정하게 우리를 바라보던 그 눈동자가 텅 비어 있다 해도. 깜짝 놀랄 정도로 단단했던 가죽이, 약품에 절여지고, 배가 갈라져 넓게 펼쳐져 있다 해도. 위풍당당하고 단단한 뿔이 갈리고 잘려 보잘것없는 그루터기만 남았다고 해도. 한 번 더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푸르륵대던 콧김과, 멍청하지만 따뜻했던 눈과, 듬직한 몸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절멸이란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아세요? 아주 없어짐. 또는 아주 없앰. 없어진 걸까요. 혹은 우리가 없앤 걸까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네요, 중요한 것은 ‘아주’에요. 아주. 영영. 정말로.    

 

아주 없음은, 단지 두 단어뿐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무겁고 서글플까요.     


*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할머니께선 열 살 때부터 담배를 피우셨대요, 할머니의 아버지께서, 뱃속에 사는 회충을 잡겠다고 피우게 하셨다나 봐요, 웃기는 이야기죠.      


저도 담배를 피우잖아요, 기억하나요, 왜냐고 당신은 한 번도 묻지 않았네요. 뭐, 대단한 이유는 아니니까, 웃지 말아 주세요.      


*     


바다거북이 해변에 와서 알을 낳습니다. 천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해 보죠. 사실, 200개 정도 낳아요. 어쨌든, 그 중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한 마리에 불과해요.     


알을 깨고 나오면, 새끼 거북들은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기어가기 시작합니다. 더러는 밟혀 죽습니다. 더러는 굶주린 갈매기의 먹이가 되고요. 더러는 웅덩이에 빠져, 파도를 기다리다 말라 죽어가요. 더러는 해변을 찾지 못합니다. 밝은 빛에 홀려, 작은 지느러미와 배를 끌고 모래를 건너 차에 깔려 죽기도 하니까요. 애초에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녀석들도 있겠죠. 여기서 이미 절반이 죽어 버립니다.

    

천신만고 끝에 바다에 다다른 녀석들은 파도에 휩쓸리기도 하고, 큰 물고기에게 먹히기도 하고, 끈적거리는 기름에 잡혀 버둥거리기도 하며 죽어갑니다. 맛나 보이는 해파리를 꿀꺽 삼키다가, 비닐이 목에 걸려 숨이 막혀 죽기도 해요. 그거 아세요? 바다거북 고기는 굉장히 맛있답니다. 잡아먹히는 경우도, 뭐, 많지는 않지만 가끔 있어요. 바다는, 크고, 어둡고, 외로운 곳이라, 거북이 다 자라기에는 너무 가혹합니다.    

  

마침내 한 마리의 바다거북이 살아남았습니다. 운이 좋다면, 또 다른 천 마리의 바다거북 무리에서 살아남은 한 마리와 짝을 지을 수도 있겠죠. 운이 좋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낯익은 모래에 천 개의 알을 낳을지도 몰라요.      


살아남은 한 마리의 바다거북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할까요. 죽어간 999마리의 형제자매들에게 미안함을 느낄까요, 어떤 부채의식을 느낄까요. 죽어간 999마리의 형제자매들을 기억하겠노라고 다짐할지도 모르겠어요.         

  

*     


답은 ‘할머니 생각이 나서’예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웃기지 않나요?      


*     


고등학교 때였을까요. 우연히 어떤 노래를 접했습니다. Counting Stars. 당신에게도 언젠가 들려준 적이 있었을 거예요. 정말로 꽂혀서 한동안 같은 노래만 주구장창 들었어요. 먼 곳에 있는 밤하늘을 떠올리면서. 청량한 기타 소리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여름밤의 언덕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느낌이 좋아서 같은 음악가의 다른 곡들도 찾아 들었죠. 참, 열심히도 들었어요. 유려하고, 서정적이고, 보석 같기도, 조약돌 같기도, 봄 같기도, 가을 같기도, 불꽃놀이, 꽃, 무지개, 겨울 기찻길, 별, 구름의 바다, 밤, 아침, 노을. 미안해요, 제가 또 흥분했군요. 그렇게 많은 노래를 들으면서도, 그가 죽었다는 사실은 몰랐어요. 죽었더군요, 그것도 제가 그를 알기 고작 1년 전에 말예요. 교통사고로. 생전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를 끝냈고, 이제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 틈에 끼지 못했습니다.  

   

그 감정을 질투라고는 할 수 없어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던 사람을 알게 되고 난 뒤, 이미 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찾아오는,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을,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어차피 그를 알지도 못했잖아요. 나의 인생에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인간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고히 했을 뿐인데.      


그 그리움을,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상대가 없는, 지독한 상사병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렇지 않나요, ‘돌아서면 여전히 당신의 미소가 보이지만, 사실 말야, 눈이 멀거나 자동차 앞유리에 얼굴을 박는 일은 절대로 미리 연습할 수 없는 일이니까.’     


*     


우리는 살아남은 두 마리의 바다거북일까요. 나는 운이 좋아서, 당신을 만났던 걸까요. 오히려 우리는 999마리의 죽어가는 바다거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시간과 거북의 시간은 분명 다를 테지요, 서로 겪는 이유와 파도도 다를 거예요. 우리는 천천히 죽어가고, 사라지고 있나 봐요. 바다거북의 수명이 그토록 길다는 일은 굉장히 슬픈 일이군요.     


우리는 운이 좋아 서로를 만났던 걸까요. 아니면, 천천히 사라지는 도중, 잠시 만나 손을 잡았던 것뿐일까요.       

내가 잊어버리기 전에, 나는 사라질 수 있을까요? 내가 완전히 잊히기 전에, 나는 사라질 수 있을까요?      


인간의 수명이 바다거북만큼 길지 않다는 게 다행일 수도 있겠어요.           


*     


상상이 되나요?     


한때 나그네비둘기가 북미 대륙에 50억 마리나 살았대요. 철새니까, 대륙과 바다를 건너 계절에 따라 날아다녔겠죠. 50억 마리가요. 눈 감고, 하늘로 총을 세우고 한번 탕! 쏘기만 해도, 세 마리는 떨어졌을 걸요. 얼마나 재밌어요. 맛도 좋았다던데요. 그래서 다들 같은 생각을 했나봐요. 수도 없이 잡아 대서, 1세기만에 멸종해 버렸으니까요.      


어떻게 생겼나고요? 무슨 소리로 울었냐구요?      


모르죠, 그건. 안타깝지만.     


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그걸 알 수 없어요, 예컨대     


어린 소녀였을 할머니의 삶은 어땠을까

고향에 피던 꽃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젊은 연인들은 어떤 노래를 들으며 들을 거닐었을까

학교 앞 오래된 술집 구석 게시판에 붙어 있던 낡은 메모를 남긴 사람은

지금을 무얼 하고 있을까

낡은 책방의 한 구석에서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열띤 토론이 남겨지지 못하고 사라졌을까

하늘에서 내려다본 초원의, 사막의, 바다의 풍경은

얼마나 아뜩했을까, 또 아름다웠을까     


따위를, 저는 알 수 없죠, 그것들이     


마침내 사라지기까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곳은 좋은 곳일까,      

누군가는 여전히 그것들을 기억해 주고 있을까     


도 마찬가지로 알 수 없어요, 알고 싶지만, 나는 추측할 수밖에 없고, 아직 내가 갖고 있는 기억들을 계속해서

돌려볼 수밖에 없어요.      


*     


절멸, 이란 단어는, 꼭 면전에 대고 문을 닫아 버리는 것 같지 않나요? 영어도 마찬가지구요. ‘Extinct’라니. X!      

아주, 영영. 커다란 엑스!      


*     


가끔은     

사라져버린다는 것이,      

너무도     

무서울 때가 있어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사라질 테지요. 언젠가, 태양마저 사라지고 나서, 완벽한 죽음을 맞는다면, 그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는 기나긴 사라짐의 과정을 끝낼 겁니다. 저마다의 속도로 하나둘씩, 먼저 가거나 뒤처져 가거나, 모두 사라져 가겠죠. 그 과정을 생각하면, 너무도 아득해서, 저는 겁에 질리고 말아요. 그렇게 긴 시간을 저는 이해할 자신이 없네요.       


*     


안녕! 잘 지내요?     


오늘은 아프리카 지부입니다. 지난번 북극 탐사 이후 보고서 쓰느라고 바빴어요. 현지 학자, 당국하고도 연락해야 하고요. 이게 단순히 등급만 매겨 놓으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서요. 아마 늦게까지 사무실이나 지켜야 할 것 같네요. 저기, 매니가 인사하네요. 매니가 누구냐구요? 우리 사무실 임시 동료가 된 고릴라. 맡아줄 곳이 없대서, 일단 가까운 우리가 잠시 데리고 있기로 했어요. 고릴라가 겉보기엔 무시무시하지만 – 실제로 무시무시하긴 해요 – 사실 엄청 순한 동물입니다. 온순한데다 지능도 높고, 수화도 금방 익혀요. 심지어는 애완동물까지 키우거든요. 최근엔 개체수가 많이 줄었어요. 군벌, 반군들이 콜탄을 캐내느라고 숲을 마구잡이로 베어 넘기거든요. 손은 잘라 재떨이로 쓰거나, 심지어는 고릴라 고기를 먹기도 해요. 머리는 박제해서 팔아넘기구요. 끔찍한 일이죠. 내전이 심각한 나라라, 정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우리도 사실 상황이 썩 좋지는 않아요. 다만, 최대한 협조를 얻어내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에요.     


*     


그래서예요. 너무 늦기 전에, 아주, 영영 사라져버리기 전에, 사라져가는 것들을 알고 싶어요. 사라진 다음 그리워하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니까요.      

대답이 되었을까 모르겠네요.      


*     


EW : 야생 절멸 (Extinct in the Wild)     

CR : 위급 (Critically Endangered)     

EN : 위기 (Endangered)     

VU : 취약 (Vulnerable)      

NT : 준위협 (Near Threatened)     

LC : 약관심 (Least Concern)      

DD : 자료 부족 (Data Deficient)     

NE : 미평가 (Not evaluated)     


*     


당신은 지금, 저 목록의 어느 위치에 있을까요. 나는, 당신의 목록에 어느 위치에 있을까요. 어쩌면 나는 사라져가는 것만을 사랑했는지도, 사랑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혹은 사라짐 그 자체를. 아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그리워하는 것을. 겁이 나서였을까요, 그걸 붙잡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건.      

사라진 것을 그리워하는 일은, 참 괴롭고 슬픈 일이에요.      


*     


EW : 야생 절멸 (Extinct in the Wild)     

CR : 위급 (Critically Endangered)     

EN : 위기 (Endangered)     

VU : 취약 (Vulnerable)      

NT : 준위협 (Near Threatened)     

LC : 약관심 (Least Concern)      

DD : 자료 부족 (Data Deficient)     

NE : 미평가 (Not evaluated)               


*     


안녕! 잘 지내요?     

돌아가면, 오랜만에 볼 수 있을까요? 한동안 돌아다녔더니, 많은 걸 봤고, 듣고, 겪었어요. 당신이 들어 준다면 말이지만, 그래도 재밌는 얘깃거리가 꽤 있거든요. 볕 드는 곳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이야기해도, 당신은 들어 주리라고 믿어요, 제가 알지 못하더라도,          

안녕, 잘 지내길 바라요.





18년 3월 씀.


필명은 이 소설에서 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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