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후회를
가장 불필요한 감정이라 말합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붙잡아봤자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죠.
“후회는 쓸데없는 감정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가끔 후회라는 단어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마치 오래된 상처를 쓰다듬을 때 은근한 통증 속에서도
내가 살아 있었음을 확인하듯이,
후회라는 감정은 때때로 나를 지탱해 줍니다.
어떤 날은, 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하고 아쉬워합니다.
어떤 날은, 왜 그 말을 끝내하지 못했을까 하는 미련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렇게 후회의 순간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깨닫습니다.
후회란 단순히 과거의 부정이 아니라,
그 순간을 다시금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요.
잊지 못할 만큼 소중했기에,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간절했기에
나는 여전히 그 시간에 머무는 겁니다.
후회라는 이름을 빌려, 그때의 나와 다시 마주하는 것이죠.
후회는 내가 살아온 길 위에 남겨진 발자국 같습니다.
만약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을까요?
돌아보면, 가장 후회가 큰 순간일수록
그만큼 내가 치열하게, 진심으로 살아냈던 순간이었습니다.
애써 외면하려 했던 감정조차 꺼내어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건,
내가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후회는 때로 나를 책망하기보다 오히려 위로가 됩니다.
그때의 나는 미숙했지만, 누구보다 뜨거웠습니다.
실수도 했지만, 진심으로 웃고 사랑했고,
어쩔 줄 몰라 서툴렀지만 그래도 전심으로 살았습니다.
그런 흔적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후회란, 과거를 부정하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길 위에 놓여 있는 작은 표식 같은 것입니다.
가끔 길을 잃고 방황할 때, 그 표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걸어온 모든 시간이 의미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지요.
어쩌면 후회는, 더는 후회하지 않을 나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그 표식을 하나하나 지나며
나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고,
조금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려 다짐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길 끝에서 후회하지 않는 나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그때의 나는 더 단단하고, 더 넉넉하고, 더 깊어진 모습일 것입니다.
그 모습을 만나고 싶기에, 나는 오늘도 후회를 껴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