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

by 세현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아무렇지 않게 웃었던 하루의 끝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던 대화의 틈에서,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불쑥 다가와 우리를 흔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그 아픔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늘 지독하게 스며듭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사소한 풍경 속에서도 그 사람의 그림자가 떠올라 눈물이 차오르곤 합니다.


함께 걸었던 거리는 더 이상 같은 길이 아니고, 익숙하던 노래 한 소절조차 가슴을 후벼 파는 칼날처럼 다가옵니다.


하지만 시간은 묵묵히 흘러가고, 계절은 변함없이 바뀝니다. 눈물로 얼룩진 하루들이 조금씩 잦아들고,

무너져 내린 마음 위에도 새순처럼 작은 위안이 돋아납니다.


그리고 언젠가, 너무 멀리 돌아온 어느 날, 우리는 깨닫습니다. 그토록 아팠던 이별조차도 결국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좋아하던 친구와의 작별은 처음엔 가슴을 도려내듯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상처조차도 우리 삶의 일부가 됩니다.


비 오는 날 하나의 우산을 나눠 쓰던 순간, 햇살 좋은 오후에 커피를 마주하고 웃던 얼굴, 함께 걷던 골목길과 스쳐 지나간 대화들. 그 모든 시간은 이제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불쑥불쑥 내 하루를 찾아옵니다.


끝났다는 사실은 여전히 아프지만, 그 모든 순간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위로받습니다.


사랑은 이별로 무의미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눴던 마음과 눈빛,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진짜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끝까지 배려하고, 끝까지 그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어쩌면 이별은 사랑의 또 다른 모양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도 그가 웃음을 잃지 않기를,

그의 앞날에도 햇살이 머물기를, 나는 멀리서 조용히 바라며 기도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계절에 잠시 머물다 조용히 지나가는 나그네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짧은 머무름이 내 삶을 바꾸었고, 내 마음을 흔들었으며, 결국 나를 더 깊은 사람이 되게 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모든 시간이 충분히 흘러 다시 그날들을 떠올릴 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모든 사랑과, 그 모든 이별마저도 내 삶을 채운 아름다움이었다고.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아직도 내 안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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