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요한 호수 위에 한 마리 백조가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 모습은 흠 하나 없이 고결했습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흰 깃털은 눈부셨고,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모습은 그저 우아하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백조를 보며 감탄했습니다.
“저토록 흔들림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그들의 눈에는 그저 완벽하고 부러운 존재로만 보였지요.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수면 밑에서 백조는 끊임없이 발버둥 치고 있었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우아한 균형은 단 한순간도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오직 백조만이 아는 그 몸부림 속에는
두려움, 불안, 그리고 살아내야만 했던 치열한 시간이 숨어 있었습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어도, 호흡이 거칠어져도
수면 위의 고결함을 지키기 위해 수면 밑에서는 더 거칠게 발을 저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불었습니다.
호수 위로 파문이 일어나자 백조는 더 이상 균형을 잡지 못했습니다.
끝내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지요.
사람들의 눈에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홀딱 젖어 무거워진 깃털,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
그리고 허둥지둥 내딛는 발버둥만이 드러났습니다.
그때 백조가 느낀 건 무엇이었을까요.
모두 앞에서 완벽한 얼굴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었을까요.
아니면, 드디어 숨 막히는 발버둥을 멈출 수 있다는 안도였을까요.
그 순간만큼은, 고결이라는 이름의 무게에서 풀려나
처음으로 스스로의 모습 그대로 서 있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인생도 백조와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수면 위의 고요한 얼굴만을 보여주려 애씁니다.
흔들림 없는 태도, 흠 하나 없는 겉모습,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한 평온한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발버둥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내기 위해 저어야 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결과만을 보고, 겉모습만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이면에 담긴 치열함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요.
우리가 믿는 ”완벽“이라는 것은,
사실 타인의 시선 위에 세워진 모래성일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작은 파문에도 금세 무너져내리는.
그렇다면 진짜 완벽은 무엇일까요?
흠 없는 껍데기를 지켜내는 것일까요,
아니면 가라앉더라도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순간을 선택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진짜 완벽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일지 모릅니다.
흔들려도, 젖어도, 때로는 발버둥이 그대로 드러나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순간.
이제는 우리도 백조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타인의 눈길보다 나의 숨결을 먼저 챙기기를,
흠 없는 얼굴보다 나의 상처를 먼저 안아주기를.
그럴 때 비로소 삶은 조금은 가벼워지고,
우리를 옭아매던 ”완벽“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알게 될 겁니다.
내가 부끄럽다고 여겼던 그 발버둥이,
사실은 나를 살아 있게 만든 가장 진실한 힘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