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글다.
우리가 아무리 앞만 보고 걸어가도,
결국 원을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처음엔 단순한 사실 같지만, 곱씹어 보면 삶의 비밀이 담긴 말 같다.
우리는 살면서 무조건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살고 있고
사실은 끝내 돌아오는 길 위에 서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남긴 발자국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 걸까.
우리가 남긴 그 흔적은 언젠간 다시 돌아올 우리를 같은 자리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나도 기다릴 뿐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고, 우리는 떠난 게 아니라
잠시 돌아선 것뿐이라고.
사랑도 그렇다.
서로 사랑했던 우리가 끝났다고, 잊었다고
몇 번의 다짐을 하였지만
우리는 결국 그 자리에서 마주치게 되어있다.
네가 남긴 그림자와, 내가 하지 못한 말들과 함께
나는 한참 그 앞에 서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랑도 지구가 둥근 것처럼 우리의 마음조차도
결국 원을 그리며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다시 “라는 말은 사실 “언젠가 다시”라는 말의 다른 이름일 줄 모른다.
시간도 둥글다.
우리는 어릴 때 어른이 되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그때의 나에게 그리움이 차있다.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었던 발걸음은 사실,
과거의 나를 되찾으려 가는 걸음이었던 걸
그리움은 직선이 아니라 원으로 차있고,
그렇게 우리는 역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지구가 둥근 건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는 걸,
내가 지금 뱉은 말, 끄적이는 글들이 언젠간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걸.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시선은 나에게 큰 위로로 돌아올 것이고,
무심코 던진 차가운 언행은 언젠가 나에게 날카롭게 돌아온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 더 신경 쓰며 살아야 된다.
후회를 하기엔 그땐 너무나 늦었을 것이니
세상은 둥글고, 끝은 새로운 시작이며
이별은 새로운 사랑이다.
우리가 흘린 눈물과 웃음은 제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시 나에게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걸음 내딛는다.
언젠가 돌아올 나 자신을 위해,
언젠가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