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들은 도망을 비겁함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도망친다는 건,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지닌 마지막 본능이며, 살아남기 위한 지혜이기도 하다.
밤하늘을 가르며 달아나는 작은 새를 탓할 이는 없다.
거대한 그림자가 덮쳐오는데 끝내 버티다 쓰러지는 걸 과연 용기라 할 수 있을까.
진짜 용기란, 때로는 두려움을 안고 뒤돌아 달리는 것이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도망은 나약함이 아니라, 다시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용기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끝까지 버티는 것이 옳다”는 말을 배워왔다.
그러나 몸이 다 무너져 가는데도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정말 정답일까.
길 끝에 거대한 벽이 나타나면, 결국 돌아서야 한다.
그 순간 뒤돌아 걷는 발걸음을, 누가 도망이라 부르겠는가.
돌아간다는 건 포기가 아니다.
그건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시작이다.
삶은 때때로 사막처럼 우리를 끝없이 몰아붙인다.
태양은 뜨겁고, 숨은 막히고, 두 다리가 더는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억지로 앞으로만 나아가려 하면, 오히려 더 깊은 모래 속에 빠져버린다.
잠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숨을 고르는 것도 괜찮다.
옆길로 돌아서 바람 부는 골목으로 들어서는 것도 괜찮다.
세상은 그것을 ‘도망’이라 부르겠지만, 내 고통을 가장 잘 아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러니 남들의 시선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게 두면 된다.
도망은 현실을 피하는 게 아니다.
그건 내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나를 지켜내는 방식이다.
도망친 길 위에서 다시 호흡을 고르고, 다시 걸을 힘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도망은 패배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기회를 품은 시간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도망쳤다”라고 손가락질하더라도 괜찮다.
그건 비겁함이 아니라, 내 삶을 이어가기 위해 내린 치열한 선택이다.
끝내 버티는 것만이 강함은 아니다.
때로는 돌아서 가는 것도, 멀리 도망치는 것도 또 다른 모습의 강함이다.
도망칠 줄 아는 사람만이, 끝내 다시 돌아올 힘을 가진다.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그 순간의 도망이 내 삶을 지켜준 가장 큰 용기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