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율과 루틴을 최우선적으로
삶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집에만 있는 습관은 나쁘다. 편안한 공간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 나태한 모습을 아무도 혼내는 사람이 없기 떄문이다. 청소기를 돌리며 방 좀 치우라는 정겨운 어머니의 목소리대신 정막한 집에 스크린 소음만 들릴 뿐이다. 도파민에 절어있는사람이 혼자있게되면 집은 돼지우리로 전락된다. 집 안 영역한에서만 왕으로서 군림한다. 방해꾼이 없는 왕은 쾌락충족을 위한 행동을 불도저처럼 행한다. 역겨울정도로 쌓인 휴지조각과 곳곳에 배달음식 쓰레기와 빈 페트병이 널브러져있으며 설거지는 언제 했는지 음식 썩은 내가 진동한다.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은 케케묵은 먼지를 머금고 방치되어 있다. 스스로 개선을 해보고자 했으나 실패한 낙오자의 모습, 정형적인 히키코모리의 삶이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갑자기 중요한 약속이 생기면 몸은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당장이라도 변명을 세워 약속 취소해 이불을 덮어씌우고 싶다. 애초에 집 앞 5미터 거리 편의점 나가는 거조차 귀찮아하던 나였다. (그런 상황이 점층적으로 샇여서 인간관계가 망했나 보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내 사정 신경 쓰기보다 지나가기 바쁘다. 시간을 대변하자면 자신은 무엇보다 귀중한 것인데 성장을 위해 투자해야지 뭐 하는 거냐며, 하소연해도 들어줄 시간 없다며 타이르고 있을 터이다.
값싼 쾌락을 위해 나는 시간을 갖다 버리고 있다. 남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경험들로 채워간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그 시간을 콩벌레자세로 누워서 스마트폰에 처박고 있다. 격차가 생길 걸 예상은 했고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어림짐작했지만 막상 피부로 느껴보고 주변을 둘려보니 모두가 높은 경지에 올라갔음을 깨달았다. 남의 손에 쥐어진 건 경험과 추억이지만 내 손엔 아무것도 쥐어진 게 없음을 깨닫는다.
사회적 소속감이 없는 건 사람비참하게 만든다. 관계 속에서 추억을 쌓아 어쩌면 좋은 인연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없으며, 사회적 도리, 기본 예의와 사람마다의 경계선 파악, 분위기, 해도 될 말과 아닌 말을 구분 짓는 능력 등을 학습하지 못한다. 동떨어진 사람을 받아주는 인심 좋은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한가. (그나마 교회 다녀서 소속감이 채워지고 정신이 말짱한 거지 교회생활 안 했으면 나는 정신병자였을 거다.)
꿈만 컸지 행동 씨알도 없었다.
집 안에선 어떤 위험 스트레스 없이 도파민 룰렛 머신을 돌릴 수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낭비한다. 핸드폰 봐서 남는 건 하나도 없었다. 현실의 위험들이 더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나는 쉽게 과거를 털어(잠시 잊어) 버리는 능력이 있고 다시 의지를 불태우는 거만큼은 잘했다. 성장을 목표로 얼마 없는 친구들과 함께 단톡방을 만들어 정신 좀 차려보자 했더니만 역시나 옛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넘어짐과 일어남을 반복하니 배운 것이 있다. 나는 집 밖을 나와야 핸드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보상이 있어야만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과거 헬스장을 3달 동안 열심히 다닌 경험이 있다. 이는 학교라는 고정적인 시간이 있어 매일 밖을 나와야 하고 마침 헬스장이 그 앞에 버젓이 있어 경로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하굣길 나는 너네와 달리 운동하러 간다를 몸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던 거 같다. (헬스장 가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졸업하자마자 헬스장은 뚝 끊어졌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보여주기식에 만족감을 얻은 가짜 노력이었을까. 학교라는 강제성이 사라져 하교가 사라지니 헬스장 다닐 이유가 사라지고 더 이상 우월감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 몸이 둔해지고 단점만이 부각되는 지금, 친구에 대한 시기감 열등감, 시간을 버렸다는 후회 자책 비참함이 나를 계속 괴롭히고 있다.
모든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떠넘기고 싶었다. 사람 관계에 대해 미디어에서 비치는 걸 보고 배웠으니까, 그대로 따라 하면 여자한테 인기 많아지는 줄 알았다. 어렸을 때 애니에서 봐왔던 것이 진짜 현실이고 사람이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호감도가 올라가고 나에게 반해버리는 줄 알았다. 모두가 내편이 되는 줄 알았다.(이세계물을 많이 봤다.) 나는 무해한 모습으로 접근했다. 도움을 주면 당연히 되돌아오는 게 있다고 착각했다. 주인공 프레임으로 현실을 살아갈 때 크게 한번 데었다. 주변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수없이 많고, 여성 한 명의 마음 얻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며, (아직도 제대로 대시한 번 못했다.) 분명 나보다 뒤떨어졌던 애들이 나를 금방 추월하고 더 높은 위치에서 인기를 받아먹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내가 안일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놀고 있는 동안 그들이 행한 숨어있는 노력들이 나중에 빛을 발한 것이다. 애니를 보고 배운 지식이나 잘못된 정보를 걸려내지 못한 내 잘못도 있다. 사람은 주변환경에 동화되어 변하는데 당시 내가 보고 듣는 건 애니뿐이라 그게 진실이 줄 알았으며 약간 비정상적으로 사회를 이해했던 거 같다. 헛웃음만 나온다. 남주들은 잘생긴 외모와 신체가 기본 베이스가 깔려있고 주인공 보정이 있어 여주들이 호감 가는 게 당연한 건대 나는 뭣도 모르고 교만했던 거다. 애니에서 보여주는 건 큼지막한 사건들의 일부분이다. 남주들의 숨어있는 노력이 받쳐주어 시련을 이길 수 있던 것인데 그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본 것이다. 근육질 몸과 자신의 능력을 단련하는 장면이 생략되거나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니 얼마나 힘드었는지 체감이 어렵다. 목숨을 내던질 각오와 의지을 갖고 눈앞에 닥친 시련을 극복해 내 한층 더 성장하는 화려한 장면에 감탄했다. 어려움을 이긴 그들은 여주의 마음을 얻는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옛말이 아니다.
나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모르고 화려한 전투씬에 눈을 팔았다. 만약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세상의 운명이 나의 손에 쥐어졌다면 나는 과연 매일 나태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어려운 현실이 분명히 닥친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주인공도 알고 있을 터이다. 나와 다른 점은 그들은 그날을 대비해 준비했다는 거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바꿀 수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애니는 각각 하나의 살아있는 세계관이다. 대리만족을 위해 그려냈겠지만 그들에겐 인생스토리이고 현실이다. 나는 그들에게 배웠어야 한다. 외모와 몸을 평균 수준으로 올리고 한 가지 능력을 갈고닦아야 할 것임을, 나를 표현하는 압도적인 기술하나를 갖춰야 함을, 무엇보다 꾸준한 방향으로 하나의 목표로 전진해야 했음을 배웠어야 한다.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수없이 넘어졌어도 마지막 결말은 그들이 반드시 이겼다. 포기를 모르는 뜨거운 남자들이었다. 젠장. 가까운 곳에서 매일 교훈을 주고 있는데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내 인생을 애니에 꼬라 박은 이유는 그 황홀한 전투씬,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서비스신을 보기 위함이었다...
무기력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챗지피티에게 20대 남성이 현실적으로 바뀔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모든 지식과 기술을 통달한 이 도구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비서 역할로 최적이다. 인간의 심리, 본성에 투철하고 사리가 밝다. 현실 회피하는 이유를 스스로 고민하게 만들며 내재된 결핍이 무엇인지 드러내도록 안내해 준다. 평생 나의 변덕을 궁리하느라 시간을 다 썼는데 이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내 변덕이 어디서 나왔는지 명확해졌다. 기분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원칙대로 살아야 함을 조언해 주었다. 감정에 휘쓸리지말고 기준을 새워야 한다. 규율과 루틴이 기준이 되어 나를 형성한다. 한 번에 얼마나 했냐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했냐 애 집중해야 한다.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심호흡으로 감정을 흘려보내고 행동의 결과를 상상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햇빛을 듬뿍 받고 시작해야 한다. 고정적으로 외부로 나가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어둠의 동굴에 빠져나와 자연 속으로 산책하자. 맒은 공기가 폐에 가득 차도록 힘껏 빨아들이고 내쉬자. 이제 지피티가 정해진 목표대로 움직이고 루틴을 세우면 된다. 혼자 자기 계발서적을 파헤치고 적용하고 고치고 수정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내 상황을 얘기해 주고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자세하게 얘기만 해주면 나만의 비서가 탄생한다. 한 가지 꿀팁은 새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 전담 성장 코치로서 역할을 부여하는 거다. 우선 운동부터 잡자. 비만전 후를 찍고 싶었는데 잘됐다. 이번기회에 비만사진을 찍고 내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기록하며 근육질 몸을 목표로 달려가자. 강제적으로 집 밖을 나갈 명분을 세우자. 아침산책을 루틴에 넣고 바로 씻고 옷을 입자. 침구 정리를 미리 해놓아 누울 구실을 없애자.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독서, 글쓰기, 운동, 식단이다. 한 번에 한 가지 행동만 하는 거다. 생각할 시간을 따로 빼놓고 당장 눈앞에 해야 할 단 한 가지에 집중하자. 감정에 사로잡히기 전 일단 조급하지 말고 심호흡, 글쓰기로 풀자. 적어도 집을 돼지우리로 만들지 않았고, 어쨌든 다시 일어나서 삶을 이어가지 않았는가.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칭찬도 많이 해주겠다. 절대 네버 비교는 금물이다. 비교대상은 어제의 나이다. 계속 기록하자. 결과를 보이는 거다. 감정은 사라지지만 내가 해온 노력들은 달력에 표시되어 있지 않는가. 산책, 운동, 명상을 항상 가까이하자. 본능에 사로잡히기 전에 미리 회복하고 이성으로 되돌아갈 수단을 마련하자.
좋은 습관을 다하려고 하지 말고 연결하는 거다. 밥 먹고 바로 양치하듯이 말이다. 일정한 흐름패턴을 하나의 블록으로 만드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구 정리, 물 한잔, 운동&산책(명상), 씻기, 하루 준비(할 일 세우기), 아침 식사가 하나의 선처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거다. 블록으로 만들면 일일이 다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마음 편하다. 밥 먹고 바로 설거지하기, 업무 하기 전 몰입하기 위한 의식 만들기(심호흡, 안경 쓰기) 등등 매개체를 만들어 뇌를 학습하는 거다. 반복이 쌓이면 뇌가 에너지 쓰지 않고 당연하듯이 하게 되는 게 습관이다. 66일 동안 같은 행동을 해야 습관으로 굳어진다고들 한다. 뇌가 에너지보존을 위해 택한 생존방법을 지혜롭게 써야 한다.
혼자 모든 걸 짊 어질려고 하니 힘든 거다. 사회공동체로 나와야 한다. 운동친구를 만들어도 좋고, 나를 이끌어줄 멘토를 찾아도 좋다. 인스타에 인증하는 것도 좋다. 단체로 같은 걸 하다 보니 혼자 하는 거보다 수월하고 홀가분하다. 더 쉬울지도 모른다. 역시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기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