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관성에 마찰력에 대하여

몸살 난 아침 문득 드는 생각

by 물지우개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눈알이 아프다. 이불을 걷어내고 핸드폰으로 손을 뻗는데 팔이 아프다. 일어나 앉으니 허리가 아프다. 두 발을 땅에 딛고 일어나 걸으니 골반이 아프다. 볼일을 보려고 옷을 내리는데 머리가 아프다. 이 시간 나는 늘 배가 고픈데 지금은 속이 좋지 않다. 그렇다. 몸살이다.


육체가 영혼을 지배하는지, 그 반대인지, 그것도 아니면 상호 동등한지 몰라도 육체라는 물질과 영혼이라는 정신은 분명 다른 세계인데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몸에 잠시 살(병)이 꼈지, 영혼에 살이 낀 건 아닌데 말이다. 예를 들면, ‘밥이 먹고 싶은데 아파서 못 먹겠어요.’나, ‘피아노를 치고 싶은데 아파서 못 치겠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보다 ‘아프니까 밥 먹기 싫어요’나 ‘아프니까 피아노 치기 싫어요.’가 더 자연스럽지 않나? 육체가 병들었다고 영혼마저 병들 필요가 있나? 몸이 아프면 욕망마저 아파서 사라지는 걸까?


반대도 생각해본다. 정신에 먼저 병이 온 경우다.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어느 신문기사에 우울증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를 주도한 연구원은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고통은 몸을 손상시키는 해로운 작용을 한다고 했다. 치매, 암, 당뇨병도 우울증 환자에게 더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며 근거를 댔다. 굳이 신문을 보지 않아도 그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정신적으로 힘들 때 몸 컨디션도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 말이다. 아, 누군가 그랬다. 최고의 다이어트는 마음고생이라고.


이처럼 몸과 마음, 육체와 정신, 덩어리와 영혼이 결국은 딱 붙어 있다. 어릴 때 나는 거울을 보며 궁금했다. ‘내 얼굴은 이렇게 생겼는데 내 몸 안에 있는 영혼은 어떻게 생겼을까? 내 속에 뭐가 들어 있기에 나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할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 몸에는 어떤 영혼이 들어 있을까? 몸이 자라면 영혼도 커질까? 내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한 영화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결국 둘이 딱 붙어 있다는 근거를 사람들은 흔히 체감하면서도 둘을 철저히 분리시키는 생각도 있다는 뜻이리라. 불멸을 꿈꾸기 때문일까? 사후의 세계를 믿기 때문일까? 자신이 믿는 종교의 존재 이유라서?


이는 관성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노력이다. 관성은 버스가 앞으로 가다가 갑자기 멈추면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다. 이때 사람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스 손잡이를 꽉 잡는다. 몸과 마음은 처음부터 평생지기로 태어났기 때문에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픈 게 결국 관성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 둘의 주인인 인간은 둘 다 넘어지는 꼴을 차마 보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관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은 육체가 하기도 하고, 정신이 하기도 한다.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결국 둘은 함께 병들고 함께 죽는다는 사실.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이라 대부분 약간씩은 병든 인간은 그 둘을 떼 놓는 노력이 사실은 매우 피곤하다는 현실.



나는 지금 허리가 특히 아프다. 그러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허리가 아픈 육체에 따라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성을 이기기 위한 마찰력으로 버티고 있다. 사실 내 몸살쯤이야 시간이 지나면 낫는 가벼운 병이지만 정말 몸이 많이 아픈 사람이나 마음이 많이 병든 사람을 생각하면 관성은 징그럽고, 마찰력은 안타깝다.


몇 년 전 양쪽 폐에 심한 염증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통증, 고열, 호흡 곤란에 의사는 강한 항생제를 투여했다. 음식 광고만 봐도 토가 나왔고 눈앞에 전기가 번쩍거려 잠들지 못했다. 몸에 든 병의 정도가 심하니 마음이 버티는 관성의 한계치도 쉽게 무너졌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면제를 원했고 먹은 후에야 겨우 잠들었다. 가족이 보고 싶지 않았고, 창문을 열면 눈물이 났다.


오늘도 몸과 정신, 육체와 정신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하는 병든 당신을 응원한다.
아픈 몸에 정신을 맡기지 않고자, 힘든 마음에 몸마저 보태지 않으려 애쓰는 당신은 위대하다.
병의 최전선에서 사람을 지키는 의료인은 숭고하다.
신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그대가 아름답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단 오르는, 이기적일 수 있는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