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혹시 사랑에 빠져있나요? 사랑에 빠진 기분이 어떤가요? 사랑이라는 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나요? 사랑의 바닷속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스노클링 중인가요? 아니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나요? 사랑이라는 물속에 빠져 오래 살다 보니 이미 물고기가 되었나요?
우리말도 ‘빠졌다’고 영어도 fall이라는 동사를 쓰는 것 보면 사랑은 순간 정신을 잃을 만큼 빠르게 추락하는 모습이겠죠? 아무리 버텨도 어쩔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 아니면 출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일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빠져서 큰일이긴 한데 ‘큰일 날만큼 좋다’라는 것 아닐까요?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저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말 그대로 ‘금사빠’ 상태 말이에요. 지금 생각해도 참 희한하다니까요. 말을 해보기는커녕 이름도 모르는 데다가 눈도 안 마주치고 뒷모습만 보이는데 ‘내가 지금 사랑에 빠졌구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정이 제 눈에 사랑 가루를 뿌린 듯 말도 안 되는 마법이 벌어진 거죠. 시간이 지나도 자꾸 생각이 나니 견딜 수가 있어야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제가 먼저 연락했어요. ‘거절의 창피’가 ‘시도 못한 후회’를 이긴 거죠. 거절당했냐고요? 그때 거절당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같이 사네요.
그러고 보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순간’이에요. ‘타이밍’이라고도 하죠. 평소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어느 순간 좋아 보이고, 난생처음 보는 사람에게 끌리기도 하잖아요. 아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사건으로 갑자기 사랑하게 되고요. 마음이라는 게 입체적이다 못해 너무 복잡해서 해석이 불가능한데 사랑의 찰나만큼 신기한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제가 사람에게 ‘심쿵’하는 신비로운 포인트가 두 군데가 있는데요. 1번은 인사하는 목소리예요. 그게 누구든지 인사하는 목소리는 가장 먼저 저를 저격해요. 예를 들면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며 부끄러운 듯 조용한 교실에 살금 들어온 아이의 목소리는 너무 사랑스러워요. 나를 벌떡 일어나게 하는 긴급 영양제죠. 말 속도는 느리고 볼륨은 조금 줄인, 낮은 음성의 수줍음이 가미된 인사는 멍 때리던 눈을 번쩍 뜨이게 하죠. 그럼 다른 인사는 싫으냐고요? 다시 말하지만 제가 반하는 포인트예요.
2번은 뒷모습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뒷모습의 가운데 지점, 바로 상의가 하의 안에 들어간 모습이죠. 상의를 하의 안에 넣고 있으면 사실 불편하잖아요. 삐져나올 수도 있고 긴장 풀린 아랫배가 신경 쓰이기도 하고요. 벨트를 한다면 벨트 색도 맞춰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꼼꼼하게 상의를 하의에 집어넣은 반듯한 뒷모습은 설레요. 왜 뒷모습이냐고요? 앞은 상의가 삐져나와도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지만 뒤는 그렇지 않잖아요? 반듯하게 정리된 뒷모습은 예의 있고 깨끗해 보여요. 그런 점에서 한복 저고리는 짧아도 가볍지 않고, 하의 안에 굳이 넣지 않아도 반듯하게 떨어지는 매력이 있어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 한분이 밝은 색 셔츠나 저고리 스타일의 상의를 즐겨 입으시는데 늘 치마나 바지 안에 반듯하게 넣은 뒷모습이 어찌나 우아하고 아름답던지 반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어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서 좋고 싫음을 결정하니 어리석죠. 인정해요. 껍데기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진리도 알지만 저는 더울 때 마시는 아이스커피 같은 청량한 만남, 싱싱한 감정이 좋아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바로 내면의 깊이를 헤어릴 수 있을 만큼 나라는 인간이 깊지도 않고요.
대상이 사람이거나, 사물이거나, 생물이거나, 무생물이거나 누구나 갑자기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믿어요. 사랑의 찰나가 이성을 흐려 생의 어느 부분이 설령 불행해지더라도 그 찰나가 생을 밀고 가는 게 아닐까요? 생각을 혼탁하게 할 정도로 머리를 땅! 때리는 신비로운 사랑이 곳곳에 있기에 우리는 도전도 하고 실패도 겪잖아요.
혹시 노화로 사랑의 불씨가 꺼진다고 탓한다면 기억이라는 불쏘시개를 넣어보는 건 어떨지? 아이를 처음 만나던 날, 결혼 전 배우자와 함께 찍은 사진, 좋아하던 음악, 그림을 보며 불씨에 부채질하면 어느새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지금도 요정은 당신 주변에서 사랑 가루를 솔솔 뿌리고 있을지 몰라요. 저는 그렇게 믿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