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말리다가
배가 다니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는 섬에 있는 기분
너와 말하고 싶고 떠들고 싶고 소리 내서 웃고 싶은데
내 얘기를 쏟아내다가 네 얘기를 담고 싶은데
사랑받고 싶고 사랑해주고 싶은데
외로운데 게으르다
전화를 하고 싶지 않고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
씻고 싶지 않고 옷을 챙겨 입고 싶지 않다
바람을 맞고 싶지 않고 운전을 하고 싶지 않다
오가던 감정이 멈출까 봐 겁이 나고
멈춘 감정이 상처 낼까 봐 두렵다
외로운데 게으르다
외로움과 게으름은 오늘도 싸우는데
외로움이 이기면 만신이 너덜거렸고
게으름이 이기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묽어지다 투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