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작가의 [동전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책을 다시 보았다. 통영의 감성을 닮은 ‘남해의 봄날’ 서점에서 단번에 매혹되어 구입한 책이다. 펼치는 그림마다 작가의 슥슥 펜 소리가 매번 음악처럼 들린다. 주인공인 구멍가게도 좋지만 나는 나무가 좋았다. 어떤 때는 구멍가게의 엄마 같고, 어떤 때는 아이 같다가 또 어느 작품에서는 신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케 하는 나무 말이다.
백목련
내가 원해서 나지 않았다
생을 향한 솟구침은 고통이었지만 원망한 적 없다
키가 자라고 몸이 굵어지고
주변이 소란할수록
외로웠다
내 생의 당위성은 쓸쓸한 길찾기였다
오랜 시간
몸 구석구석 불던 바람마저
촘촘해진 잔뼈로 잔잔해지더니
흰 머리카락이 폈다
목련이었다
문득 외로워지더라도
문득 겸손한 목격자*가 있어
더는 슬프지 않다
떨어져도 자명한
순백의 찬란함을 가졌으니
*겸손한 목격자
다라 해러웨이 《한 장의 잎사귀처럼》
"목격은 보는 것이고, 증언하는 것이며 서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본 것과 묘사한 것을 해명하는 것이며, 자신이 본 것과 묘사한 것에 심적으로 상처받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