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다 떨어져 간다. 나는 가을이 들어섰을 때부터 가까운 가로수와 먼 산으로 나무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천천히 지켜보고 있었다. 제법 쌀쌀한 오늘 아침은 일부러 학교에서 조금 먼 곳에 주차를 했다. 나무는 앙상해졌고 떨어진 잎은 인도를 덮었기 때문이다.
밤새 내린 비를 머금어 갈색은 거뭇해졌다. 잎은 가볍게 바스락거리지 않았고 무겁게 눅눅한 소리가 났다. 잎은 밟히다가 길가로 밀려났다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겠지. 지난밤 내린 비는 어쩌면 낙엽이 불렀는지도 모른다. 비를 붙들고 유언을 하고 싶었는지도. 마지못해 서걱거리는 소리는 잎을 기억하겠다는 비의 대답 이리라.
사람들이 와서 가지치기를 한다. 앙상할수록 잘린다. 잘리는 고통보다 견디기 힘든 건 추위와 외로움이다. 그 많던 잎도 떨구었는데 가지 몇 개쯤이야. 지금부터는 철저히 혼자다. 추운 계절에는 철저한 고독이 나무를 키운다. 나무는 가만히 눈을 감을 뿐. 이번에는 얼마나 눈물을 참아야 하는지. 서러운 눈이 오면 나무는 아무도 모르게 흐느낀다.
봄은 그렇게 온다. 연둣빛은 유언을 기억하고, 붉은 꽃봉오리는 눈물처럼 맺힌다. 겨울을 보낸 나무는 결코 순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