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

'글배우'님의 책을 읽다가 나도 글배우님 스타일로 쓰고 싶어서

by 물지우개

요즘 계속 이런 생각을 한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이 일을 과연 내가 좋아하는지.

아이들이 교실에 있는 시간보다

아이들이 교실에 없는 시간을 간절히 바라는 나를 보면

나는 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잘하지 못한다.

어린이를 다 보내고 교실을 청소할 때면 오늘도 역시 잘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무능력하여 진작 승진도 포기했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힘들어도 재미있는.

그런 일이 있다. 바로 재봉틀이다. 그러나

학교를 관두고 재봉틀만 하며 살 수 없다. 재봉틀로 돈을 벌 자신이 없다. 재봉틀로 돈 벌면서 재미있게 재봉틀 할 자신이 없다. 재봉틀로 돈을 벌려고 마음먹는 순간 재봉틀을 좋아하는 마음이 싹 사라질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이 돈과 관련되는 순간 좋아하는 마음이 흐려짐은 분명하다.


다시,

어린이를 가르치는 일은 가끔 재밌다.

가끔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고

워낙 익숙해서 불안하지 않다.

가끔 마음이 편안하다.

가끔 어린이가 좋다.

가르치는 일이 죽을 정도로 힘들지 않다.

가르치는 일은 당장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하지 않다.

가르치는 일을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도 즐기며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만둬야 할 이유보다 그만두지 않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

수직선 오른쪽 끝이 ‘좋다’이고, 왼쪽 끝이 ‘싫다’라면

가르치는 일은 중간에서 살짝 오른쪽이다.

가르치는 일이 중간에서 왼쪽을 향하는 순간 관두면 된다.

가르치는 일에 아직은 애정이 있고

더 노력하고 싶다.

돈과 관련되어 애정이 흐려져서 그렇지

나는 어릴 때 가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내가 맞춰보고 내가 변하려고 애쓰다가 지치면, 힘들면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면 그때 깨끗하게 헤어지면 된다.

양다리라 해도 좋다. 지금 살짝 관심이 있는 그 상대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지, 지금 상대를 떠날 만큼 좋아하는지

계속 견주어 봐야지.

새 연애 상대에 확신이 들면 그땐 학교를 떠나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겠다.


지금처럼 추운 날 밤,

아버지는 당신 작업복 잠바를 나에게 벗어주시고는

어린 나를 안고 집까지 먼 길을 걸었다.

나는 분명 사랑받았고,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다.

가끔 내가 별로 같아 진짜 별로지만

나는 분명 별로가 아니다.

나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으며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나는 귀한 사람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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