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진도에서
진작 쓰고 싶었다. 그 어느 것인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오랜 시간 손으로 만든 세상 단 하나인 물건에 대해 나는 꼭 말하고 싶었다. 대량 생산한 물건에 비하면 어딘가 모자라고 귀가 반듯하지 않은 물건은 금방 뜯어지기도 하고 삐걱거리기도 한다. 마무리가 어려웠던지, 완전하지 않아서 깔끔하지 못하고, 크기가 정확하지 않아 기성품에 비하면 불편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내가 열광할 수밖에 없는 핸드메이드의 매력에 대해서 말이다.
첫 번째,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엄청난 단점이지만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구름처럼 흐르는 시간에 강렬히 기록되는 음악처럼 물건을 향한 긴 시간은 곧 잊힐 기억에서 역사가 된다. 집중하던 기억, 너만을 생각하던 마음은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선율이기 때문이다. 지나도 다시 흥얼거려지는 아름다운 멜로디처럼 물건이 만들어지는 동안 지나온 시간은 물건을 볼 때마다 생생하게 떠 오른다.
두 번째는 손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손의 사용이 인간의 진화를 앞당겼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특징인 손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4개의 손가락이 마주 보는 손은 도구를 사용하는데 아주 편리하다. 손의 소근육 발달이 뇌 발달과 직결된다는 과학적 사실처럼 손으로 만든 물건은 인간 자체와 대치될 정도로 인간미가 흐른다. 게다가 손은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지. 수화는 말할 것도 없고 쓰다듬고 토닥이고 문지르는 손은 얼마나 포근한지. 손으로 만들었다는 뜻은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이다. 내가 꺼낼 수 있는 최고의 기술로 수백 번 수만 번 너를 보듬었다는 증거다.
세 번째는 세상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기계가 아니라서, 대량생산 시스템은 있을 수도 없기에 만들 때마다 다른, 유일한 물건이 된다. 아무리 똑같이 만들고 싶어도 절대 같지 않다. 표준화할 수 없다는 단점은 치명적 장점이 된다. 고유해서 특별하다. 오로지 나만 소유한다는 이 특별한 점은 좀 부족하더라도 빛이 난다. 같은 부모에서 태어나도 저마다 생김새와 성격이 다른 자녀처럼 핸드메이드 작품은 저마다 가진 개성으로 사랑스럽다.
아내는 프랑스 자수를 놓는다. 바늘에 포근한 핑크빛 울(wool)사를 끼워 수를 놓는다. 도안이 그려진 리넨 위에 분홍 실을 꿰인 바늘이 수십 번 왔다 갔다 한다. 바늘과 실 그리고 천이 만드는 3박자 왈츠를 듣고 있으면 흐르는 시간 위에 꽃잎이 한 장, 두 장 만들어진다. 아내는 어디쯤 바늘을 꽂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이 적당히 느슨하도록 무심히 바늘을 뽑는다. 어느 색이 어울릴지 여러 실을 꺼내 대보기도 하고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가위로 잘라버린다. 그렇게 완성한 꽃잎과 이파리는 꼭 그 사람을 닮았다.
남편은 가구를 만든다. 지난번 만든 가구를 부수어 다시 나무를 마름질해 놓았다. 지금은 주문한 매트리스에 꼭 맞는 침대를 만드는 중이다. 일단 종이에 침대 프레임을 그려 본다. 그리고는 생각한 길이대로 나무를 새로 자르고 잇는다. 나뭇결이 일정하도록 자르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 손길에 부드러워질 때까지 나무의 많은 모서리를 수백 번 문지른다. 나무에 쓸데없는 생채기가 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나사못을 박고,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틈새에 실리콘도 바른다. 완성한 침대 프레임에 새 매트리스를 얹으니 딱 맞다. 침대에서는 그 사람의 체취가 밴다.
나는 부부가 운영하는 비진도 펜션에 있다. 네 개의 손으로 펜션을 꾸리는 부부를 보면 나는 또 뭉클해진다. 남편이 벤치를 만들면 아내가 방석을 만들고, 아내가 옷을 만들면 남편은 그 옷을 입고 마당을 쓴다. 청개구리가 부르면 파도가 기다리기도 전에 대답하는 밤, 나는 부부의 손길이 곳곳에 느껴지는 방에서 잠을 청한다. 칠월 칠석은 아니지만, 오늘 밤 견우와 직녀는 분명 만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