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지금 보냅니다
요즘 저녁마다 실내 자전거를 탄다. 코로나 때문에 아파트 헬스장이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하게 된 운동이다. 남편은 시댁에서 거의 훔치듯 이 운동기구를 가져왔다. 근무지가 섬이라 집에 있는 시간은 일주일 중 고작 이틀인 남편이 간절히 원해서 가져온 물건이 아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 못 한다. 그런데도 나는 한동안 자전거에 오르지 않았다. 내가 너무 좋아라 하면서 자전거를 타면 남편이 공치사를 할 것 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 한 시간 동안 후련하게 흘리는 땀은 다 고마운 남편 덕분이다.
나는 임신기간에 음식 냄새에 토하지 않았다. 억울한 심리가 발동한 것인지 몰라도 대신 임신기간 내내 식욕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수박을 겨울에 먹고 싶었고, 생애 처음으로 닭발이 먹고 싶어져 수많은 발이 내 뱃속에 들어갔다. 내가 뭔가가 먹고 싶다 요청하면 어김없이 남편은 출동했다.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위해서일까? 배 속에 아기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하니 또 기분이 상해서 물었다. “아기 낳고 나서도 먹고 싶은 게 많으면 어떡하지?” 남편은 나를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답했다. “그냥 먹으면 돼. 사 올게.”
어제저녁 높은 텐션으로 자전거를 한 시간 동안 타고 그러고 나서도 요가를 한 시간이나 했다. 개운했지만 배가 고팠다. 늦은 밤이기도 하고 냉장고를 뒤져봐야 딱히 먹을 것도 없었다. 쫄깃하고 달콤한 떡이 생각났다. 인터넷 쇼핑에 들어가 식품-떡, 베이커리 카테고리의 베스트 상품을 쭉 훑어보니 더 간절해졌다. 톡으로 남편을 불렀다. ‘아... 배고프다. 떡 먹고 싶다.’
남편은 1초도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떡 보내줄게.’
당장 눈앞에 떡이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배고파도 잠이 잘 올 것 같다. ‘어디 가서 나 같은 여자를 만나겠어? 전생에 나라를 구했지.’ 콧방귀를 뀌다가 아무래도 남편이 불쌍한 나를 구했지 싶다. 처음으로 직장인이 되었고, 처음으로 자취를 시작했을 그때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외롭고 무섭고 싫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결혼을 빨리 결정했다. 북적이는 가족과 부대끼는 지금도 가끔 그때가 그립고, 또 가끔은 그때만큼 더 외롭고 무섭지만 나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성질낼 수 있고 장난칠 수 있고 먹고 싶을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가족이 옆에 있는 지금이 좋다.
오늘은 남편이 집에 오는 날이다. 그를 만나면 좀 더 부드럽게 친절하게 잘해줘야지. 이 아름다운 마음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