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학교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전학이 두려울 것이니 학교를 빨리 보여줘야 했다. 직접 보면 분명 호감을 느낄 것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확신에 차 있었다.
당장 사택에서 잘 수 없어 제일 가까운 민박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날이 밝자 바다를 배경 삼아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안보이던 빨간 다리도 보이고 저 건너편 다른 섬도 보였다. 가보고 싶었으나 일단 우리는 학교로 올라갔다.
학교는 오르막길 끝, 산의 삼 분의 일 높이에 있었다. 오르막을 오르다 뒤돌아 보이는 경치를 보고 우리는 이내 감탄했다. 학교에서 바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것이 아닌가!
남편이 발령받은 한산중학교는 정확한 명칭이 한산초·중학교이다. 즉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합쳐져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유치원도 함께 있다. 한산면에 사는 5세부터 16세 고객님들이 다 같이 밥 먹고 공부하고 노는 곳이다.
“전학 오면 아빠는 초등학교 바로 뒤에 중학교에 있어. 엄마는 초등학교 바로 앞에 사택에 있거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뛰어와.”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손을 잡고 초등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초등학교는 2층 건물인데 2층이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이었다. 1학년 교실부터 6학년 교실이 나란히 한 층에 있는 것이 신기했다. 천천히 걸으며 학급안내판을 보았다.
“엄마, 교실에 책상이 별로 없어.”
“5학년은 서연이가 오면 모두 6명이다. 다행히 여자 친구도 한 명 있어.”
“2학년은 서진이까지 7명이네. 그래도 다른 학년에 비해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그지?”
“친구들이 많아야 재미있는데…….”
둘이서 전교생을 다 더해 보더니 30명이라며 실망했다. 현재 자기 반 아이보다도 숫자가 작다고 했다. 아이들은 쉽게 밝아지지 못했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와 너무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2학년 교실 앞에 도서관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체육관이 있었다. 교실 가까이에 체육관이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이번에는 남편이 근무할 중학교로 가보았다. 초등학교는 앞 건물이고 중학교는 뒤 건물인데 서로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비를 맞지 않도록 계단에는 지붕도 설치되어 있었다. 중학교는 3층 건물인데 총 학생 수가 10명 정도란다. 계단, 복도 곳곳에 아이들 손길이 머물러 있었다. 화장실에는 개인 칫솔과 치약이 꽂혀 있었다. 도시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라 웃음이 났다. 중학교 도서관은 도시의 도서관 규모와 비슷했다. 심지어 작은 회의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뷰’였다. 도서관이 학교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해운대 바닷가 초고층 건물 부럽지 않은 바다가 보였다.
“얘들아, 엄마는 여기서 바다를 보며 책 읽을 거 생각하니 신나는데?”
“…….”
건물을 나와 운동장으로 갔다. 그네를 타도되냐고 물었다. 타보라고 하니 둘이서 이내 달려가 앉았다. 그네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니 그제야 아이들이 내 마음과 같아지나 보다.
“엄마, 그네를 타는데 바다가 보인다. 신기해!”
아름다웠다. 하늘, 구름, 바람, 바다, 등대, 섬, 마을, 다리, 배, 선착장, 오르막길, 가로수, 운동장, 그네, 학교, 도서관 등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름다운 배경 속 아이들이 그네 타는 모습에 말을 잊고 그냥 쳐다만 보았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저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이름이 ‘추봉교’란다. 한산도와 추봉도는 추봉교로 연결되어 있다. 학교가 있는 진두마을이 바로 추봉교의 출발점이다. 천천히 추봉교를 넘어서 뒤를 보니 우리가 있던 학교와 진두마을이 보인다. 사랑스러운 자태로 산 아래 앉아 있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길로 가니 ‘봉암해수욕장’ 푯말이 나온다. 우리는 이곳에 주차하고 걷기로 했다. 바닷바람이 차가웠지만 씩씩했다. 몽돌로 된 해변을 걸었다. 바닷물도 반짝거리고 돌도 반짝였다. 몽돌이 신기한 듯 아이들은 돌을 주웠다. 만지작거리는 아이들 손도 반짝였다. 아마 남편과 나도 반짝이고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