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

by 물지우개

10평도 안 되는 원룸이 우리 집이다. 교감 선생님은 우리에게 부적합하다고 한 크기다. 가난했던 우리 집도 이것보다는 컸지 싶다. 이미 서연이는 신체 크기가 나와 얼추 비슷하다. 우리 네 명 여기서 가능할까? 일단 이불을 펴보았다. 침대는 고사하고 우리에게는 시댁에서 공수해 온 요와 이불, 베개뿐이다. 보관할 이불장이 작기 때문에 그마저도 많이 가져오지 못했다.

“엄마, 우리 여기서 잘 수 있을까? 너무 좁은 거 같은데?”

“생각해 봐. 좁으니까 엄마·아빠랑 딱 붙어서 자는 거야.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했잖아??”


아직 자기 방에서 혼자 자는 것이 무서운 서진이는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 서연이도 슬그머니 웃는 것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푹신한 침대를 좋아하는 남편만 어둡다. 신축이라 새집 냄새가 나서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둬야 했다. 갖고 온 이불을 다 깔고 다 덮어도 살짝 추운 느낌이다.


“우리 더 가까이 붙자. 춥잖아.”


네 명이 완전체가 되듯 어깨를 붙여 이불을 덮으니 웃음이 났다. 엄마의 머리카락을 사랑하는 서진이는 내 옆에서 행복해했다. 서연이는 한 손은 엄마 손, 한 손은 아빠 손을 잡고 잡았다. 단지 우리 부부만 이전보다 일 미터 정도 멀어져서 조금 슬프다는 것은 다 눈치챈 비밀이다.

밤에도 배가 다니나 보다. 바다 쪽에서 윙~ 소리가 난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도 나고 고양이 울음소리, 고라니 소리 같은 것도 들린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이 방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넷 다 민감하다. 불 끈 후의 조용함이 어색한지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종알종알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아까 학교에서 고양이를 봤는데 나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더라고. 내가 가까이 가도 눈만 깜박이는 거야. 너무 신기해서 만지고 싶었어. 근데 원래 고양이들은 그런 거야?”

“엄마도 잘 모르겠어. 엄마는 개도 고양이도 다 무서워.”

“우리 저번에 고성 갔을 때 산에서 쑥 캤잖아, 그 비슷한 거 오늘 봤어. 아마 틀림없이 쑥일 거야. 내가 어디 있는지 아니까 내일 그거 캐러가자.”

“그래, 내일 바로 가보자.”

“아빠, 우리 내일 축구하면 안 돼? 아까 어떤 형아 들이 와서 축구를 하던데 나도 하고 싶었거든. 근데 난 잘하지도 못하고 안 끼워 줄까 봐 구경만 했어. 나도 같이 축구해보고 싶어.”

“당연히 되지. 이제 우리 서진이는 축구를 엄청나게 잘하게 될 거야.”

“진짜?”

“산에서 꿩을 봤어. 분명히 꿩이었어. 진짜 빠르던데 분명히 꿩이더라고.”

“아빠, 꿩은 어떻게 생겼는데? 나도 보고 싶다.”

“학교 텃밭에 엉망진창인 배추를 버려놨던데 버린 거 맞지? 그거 내가 가서 이파리 몇 개 뜯으면 안 될까? 지저분해 보여도 속은 괜찮을 텐데. 그나저나 그 텃밭은 누가 가꾸는 거지? 나도 하면 안 되나?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엄마 내가 같이 가서 뜯어줄까?”

“어…. 근데 너무 좁다…. 아 불편해…. 좀 떨어지면 안 될까?”

“근데 엄마 머리카락을 그렇게 만지면 엄마가 잘 수가 없어. 손 좀 치워줄래?”


선생님이 서연이를 보고 물으시더란다. 네 명 살기에 사택이 좁지 않으냐고. 도대체 잠은 어떻게 자냐고. 서연이는 괜찮다고 얘기했단다. 네 명이 누워도 충분하다고.


우리는 바닷소리, 뱃소리, 바람 소리, 나무 소리, 동물 소리, FM에서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BGM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잠든다.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베갯머리에 나눌 것이다. 물론 이야기를 하다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겠지. 그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여느 때처럼 하늘의 별은 쏟아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막 섬 생활을 시작한 우리 네 명을 축복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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