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던 날

by 물지우개

드디어 이사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부산했다.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빠진 것은 없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이삿짐 업체를 부르기엔 짐이 적고 그렇다고 우리 차로 직접 옮길 수도 없는 양이다. 남편은 학교 행사로 알게 된 트럭 기사님을 불렀다.

“다 같이 섬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럽네요.”


24층에서 1층까지 승강기로 짐을 옮겼다. 이 아파트는 승강기가 한 대라 여기서 주민들을 많이 만난다. 나는 이 승강기를 통해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저녁을 같이 먹기도 하고 운동도 같이 다녔다. 아이들도 서로 잘 놀았다. 급할 때는 서로 부탁하는 막역한 사이가 된 좋은 사람들이다. 친구들은 우리가 섬에 간다는 말에 많이 서운해했다. 서운해 해줘 고마웠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애들 작아진 옷, 장난감, 학용품들이 많이 나와 친구들에게 나눠 주려고 따로 챙겼다. 22층 언니는 간식을 들고 1층까지 내려와 주었다.

“근데 지금 네 모습은 이사 가는 사람 같지가 않다. 딱 놀러 가는 거 같은데?”


그 말에 복잡한 마음이 사라진다. 나는 언니더러 자주 집에 온다고 구박하지 마라며 웃었다. 우리를 실은 차는 지난번처럼 거가대교로, 거제 어구항으로 달렸다. 드디어 항구다. 한번 다니러 들어가는 것과 짐을 싣고 살러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뭔가 비장한 느낌이었다. 후회하지 않을까. 남편과 아이들은 잘 적응할까. 다시 걱정이 많아졌다. 아직 떨치지 못한 것이다.


걱정을 잊을 만큼 다시, 바다다. 다시 섬이다. 섬은 이제 나의 일상이다. 여기서 살 것이다. 아니 지금부터 산다.

짐을 옮기시는 기사님은 우리 짐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낚싯대가 좋네요. 여기는 고기가 잘 잡히겠는데요.”

“자전거도 두 대네요. 자전거 타기도 좋겠어요. 바다를 보며 달리면 시원하겠다.”

“얘들아, 연하고 얼레하고 엄청나게 크고 멋지다.”


항상 급하고 피곤했던 이사였는데 오늘 이사는 조금 달랐다. 아저씨와 서로 묻고 답하며 천천히 짐을 옮겼다. 계단이 많아 죄송하다니 기사님은 괜찮다고 하셨다. 오히려 우리 덕분에 섬에 와서 좋다고 하셨다. 바다는 보는 이의 마음도 넓게 만드나 보다. 우리 가족은 떠나는 트럭을 향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대충 정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이미 운동장에 가서 놀고 있었다. 서연이는 흥분한 듯 전동 휠에 오르고 있고 서진이는 땀을 흘리며 팽이를 돌린다.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출근하여 새 교육과정과 씨름하느라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오기 전에 문제집을 끝내야 하고 학원을 다녀와야 했다. 남편은 또 장거리 운전을 출퇴근하고 있으리라. 우리는 평소와 다른 모습에 신이 났다. 짐을 옮기고 정리를 하느라 피곤했지만 즐거웠다. 공부는 좀 천천히 해도 된다. 일은 좀 쉬면서 해도 된다. 어차피 평생 할 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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