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산책

by 물지우개

섬에서 보는 달은 신비롭다. 맑은 날 높게 뜬 달은 도시의 그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구름에 어슴푸레 가려진 달은 베일에 가려진 여인의 얼굴같이 궁금하다. 바다를 비추는 달은 검은 바다를 윤이 나도록 반질반질하게 닦는 듯하다. 보름달은 섬을 비추는 거대한 가로등이다. 또렷한 반달은 보자마자 동요가 떠오를 정도로 순수하다. 눈썹달은 언제 커질지 아니면 언제 사라질지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섬에서 달을 볼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으로 뭉클했다.

일요일 저녁 다 같이 봉암으로 걸었다. 늦여름 습기를 머금은 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붙어도 밤바람은 우리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옛이야기도 시작했다. 추봉교를 건너다 남편은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별이 엄청나게 많아!”


얼굴이 하늘을 향하는 순서대로 감탄했다. 남편은 스마트폰으로 별자리 앱을 실행해서 하늘을 향해 비추었다. 하늘과 겹쳐지는 화면에 별자리 이름이 나타났다. 하늘 한가운데서 밝게 빛나는 별은 거문고자리의 직녀성이고, 직녀성 동쪽에는 독수리자리, 북쪽에는 백조자리가 보였다. 예전에 제주별빛누리공원에 갔을 때 직원이 하늘에 빨간 레이저를 쏘면서 설명을 했다. 그런데도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사람이 많아 집중해서 하늘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별자리에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히려 별이 너무 많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점찍었던 별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눈으로 레이저를 쏘고 선을 그리며 별자리를 확인하는 것이 신기했다.


조금 더 가니 봉암 가는 해안이다. 저 멀리 민가가 있어 가로등이 있지만, 아직도 길은 어두웠다. 밝은 곳을 향해 걷다가 어두운 숲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깜빡거리다 사라지는 뭔가가 보였다. 바로 ‘반딧불이’였다. 처음에는 하나인 줄 알았는데 쳐다보고 있으니 여러 곳에서 깜빡거렸다. 깜빡거리다가 움직이고 움직이다 빛이 사라지기도 했다. 남편은 아이들의 손전등을 끄게 했다. 아이들도 나도 처음 보는 반딧불이가 신기해서 우리는 어둠이 무섭지도 않았다. 반딧불이를 보면서 걷자 드디어 봉암이다. 아이들은 방파제 끝에 서서 바닷물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불빛에 놀란 물고기가 여기저기 흩어졌다. 물고기는 야행성이라 밤에 낚시하는 거란다. 손전등 불빛을 옮길 때마다 놀란 물고기가 바쁘게 달아났다. 그러다 물끄러미 다시 하늘을 보니 이제야 달이 보였다. 귀여운 눈썹 모양 그믐달이었다. 수많은 별 속에서 우리를 향해 웃고 있었다. 별자리, 반딧불이, 달과 함께한 그 날의 달빛산책은 몽환적이었다.

학교도서관에서 공부와 독서를 마치고 나오면 보통 밤 8시쯤 된다. 신발을 갈아 신고 나와서 운동장을 바라보면 운동장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바로 보름달 덕분이다. 보름달이 운동장을 비추면 야간의 환한 축구 경기장 같다. ‘월광독서’라는 말도 생각난다. 도서관이 아니라 운동장 한가운데서 책을 읽어야 하나 싶다. 아이들도 달빛이 좋은지 운동장으로 뛰어가 약속이라도 한 듯 달빛 아래에서 축구를 하며 뛰어놀았다. 나도 ‘월광독서’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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