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과 앞치마

by 물지우개

재봉틀은 위에서 실을 걸어 내려온 바늘이 천에 꽂히는 순간 바느질이 되는 기계이다. 재봉틀에 빠진 나는 당장 사고 싶었다. 공방 선생님은 좋은 중고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사고 싶어 안달이 난 나를 저지시켰다. 좋은 중고를 구하려면 스마트폰을 두 시간 이상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검색해도 불안하고 못 미더워 새것을 사 버리는 사람이 바로 나다. 누군가와 전화를 마친 선생님은 선생님 것과 똑같은 재봉틀을 한산도에서 구했다고 하셨다. 내일 오전에 그분이 갖다 주신단다. 이 상황이 너무 놀라워서 되물었다.


“진짜예요? 재봉틀이 한산도에 있다고요?”


재봉틀을 파는 분은 파란 트럭을 직접 운전하고 오셨다. 인상 좋은 아주머니시다. 나에게 재봉틀이 담긴 상자를 안겨주시고는 또 다른 상자까지 주셨다. 그리고 검은 비닐봉지도 주시면서 직접 키운 고구마인데 크기가 작다고 부끄러워하시고는 트럭을 몰고 급하게 가셨다.


상자에는 기다리던 재봉틀이 아름다운 자태로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상자에는 여러 색깔 실들과 다양한 천이 들어 있었다. 재봉틀로 뭔가를 만들려면 재봉틀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천과 실을 비롯한 다양한 부자재가 필요하다. 그분은 나의 사정을 이미 예상하셨는지 부자재까지 챙겨 주신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넉넉한 인심에 감동했다. 그분의 고구마를 먹으며 감사 문자를 보냈다.


지난번 수업 때 앞치마를 만들었다. ‘패턴’이라 불리는 작품의 설계도와 천, 기본적인 부자재만 있으면 얼마든지 핸드메이드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혼자 복습을 하고자 선생님이 가르쳐 준 대로 시접을 두고 천을 자른 후 순서대로 재봉했다.


재봉틀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예민하다. 천을 뒤에서 당기거나 앞에서 밀어줄 필요가 없다. 단 속도가 빠르면 천이 비틀어질 수 있으니 바르게 바늘이 꽂히도록 손으로 천을 지지해야 한다. 두꺼운 부분이나 곡선 부분은 재봉 속도를 늦춰야 한다. 거기서 급한 마음에 과속하면 재봉선이 고르지 못하다. 사실 엉망이 되어도 괜찮다. 뜯어내면 된다. 펑커라는 도구는 잘못된 재봉선을 뜯기에 아주 편하다. 땀에 펑커를 살짝 갖다 대기만 해도 투두둑 하며 맞물린 천이 벌어진다. 재봉하기 이전에 꼼꼼하게 시침 핀을 꽂아 놓으면 펑커를 덜 쓸 수 있는데 핀이 고정을 해주기 때문이다. 시침 핀은 재봉선과 직각 방향으로 꽂아야 천이 밀리지 않는다. 시침 핀은 가늘고 길어서 바늘이 가볍게 지나가기에 굳이 뽑지 않아도 된다. 밑 실이 다 되면 북집에서 실토리를 빼서 감아야 한다. 이때는 윗실을 거는 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재봉틀에 순서가 잘 나와 있으므로 번호대로 실을 걸면 된다. 똑똑한 재봉틀은 밑실이 다 감기면 저절로 멈춘다. 감긴 실토리를 빼서 북집으로 도로 넣으면 된다.


이러한 재봉틀 기술은 복잡해 보이지만 실로 매우 간단하고 기본적이다. 배운 앞치마를 집에서 다시 만들면서 하나씩 익혔다. 테이블 위에 재봉틀을 얹고 바닥에 앉아 페달을 밟는 내 모습이 불편해 보였던지 남편은 학생용 책걸상을 들고 집으로 왔다. 쓰지 않는 책걸상을 찾았단다. 의자에 앉아서 재봉틀 페달을 밟으니 한층 편했다. 두 번째 만들 때는 첫 번째보다 시간이 조금 단축되었다. 세 번째는 더 단축되었다. 벌써 핸드메이드 앞치마가 3개다!

앞치마1.jpg


감격스러운 순간은 함께 나누어야 배가 된다. 이 앞치마를 양가 어머니들께 보내드리기로 했다. 섬에서 사는 우리 가족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계신 분들이다. 정성껏 포장한 후 진주와 창원으로 소포를 보냈다. 소포를 받고 앞치마 두를 어머니들을 생각하니 마구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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